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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승전결」 새 파문/JP 5·16 옹호발언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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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승전결」 새 파문/JP 5·16 옹호발언 안팎

입력
1993.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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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기… 전·노는 승… 현 개혁상황은 전…”/야 강력반발… 대통령 해명요구/여권내부도 미묘한 기류 조짐12·12와 5·18 등 과거의 정치적 사건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김종필 민자당 대표가 5·16에 대해 적극적인 옹호주장을 펴고 나와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16일 5·16 민족상 수상식에서 『5·16은 오늘의 토양을 만들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나라를 일으킨 대표적인 분』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5·16의 주역인 김 대표로서는 당연한 논리일지는 모르지만 그가 32년만에 맞은 문민시대의 집권당 대표라는 점에서 이 주장은 야당은 물론 여권내에서도 적잖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특히 이날 발언은 「5·16」이 다른 정치적 사건과 함께 평하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김 대표의 강한 의사표시로도 풀이되기 때문에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에 무게를 두는 김영삼대통령측과 첨예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날 역사의 「기승전결론」을 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라를 일으킨 인물,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 인물로 평가했다. 또한 현재의개혁을 역사의 「전환」으로 평가하면서 『김영삼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전환기에 개혁과 변화의 선두에 서서 내일을 선도하는 대통령으로 선택됐다』고 말했다.

즉 5·16이 역사의 「기」이며 전·노 전 대통령의 통치가 「승」,현재 김 대통령의 개혁은 그 맥을 잇는 「전」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김 대표는 『후손들이 박 전 대통령을 고맙게 생각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추앙」의 뜻을 밝힌뒤 『오늘날 일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관의 정돈과 정립이 필요하다』며 일련의 과거사 재평가 움직임에 대한 불편한 심기까지 덧붙였다.

김 대표의 이날 연설내용은 사전 배포된 원고에는 없었으나 전날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5·16 민족상 수상식에 와서 들으라』고 말했던 점으로 미루어 의도된 발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김 대표의 이같은 적극적인 「5·16 옹호」 태도는 자신을 구 시대 인물로 보고 5·16에 대해서까지 재평가를 하려는 여권의 개혁 핵심세력에 대한 강한 불만표시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명주 양양 보궐선거에 민주계 원로인 김명윤고문이 공천된 것을 놓고 「JP이후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고 김 대표 자신도 지역구 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힌 사실 등은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자당내 민주계는 김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진의를 알아봐야겠다』며 논평을 유보하고 있으나 김 대통령의 개혁의지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고깝게 여기는 눈치가 역력하다.

한 민주계 의원은 『김 대표가 자신이 5·16 주역이라는 사실 때문에 현재의 분위기에 둔감하거나 아니면 모종의 결심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이 비록 「5·16 민족상 총재」의 치사중에 끼여 있었지만 그가 문민정부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요즘같이 미묘한 시기에 5·16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김 대표가 5·16의 주체로서 자신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의 여지가 있으나 5·16이후 32년만에 문민정부의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하고 있는 집권당 대표의 발언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며 나아가서는 온당치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군사통치시대에 대한 복고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으로서는 새정부의 「문민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박지원대변인은 이와관련,『5·16이야말로 민주헌정질서를 뒤엎고 군사독재시대의 서막을 연 반민주적 불법 쿠데타였는데도 집권 여당의 대표가 「역사를 일으킨 사건」 운운한 것에 대해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이는 김영삼정부의 「문민성」에 의구심을 갖게하는 것』이라고 정치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길 태세이다.

김병오 정책위 의장도 『건국이후 헌정질서의 중단과 32년간 계속된 군사독재시대의 단초가 된 사건이 바로 5·16이었다』면서 『새 정부가 진정한 문민정부라면 이번 기회에 5·16에 대해 재평가하고 5·16 군사통치시대의 잔존 세력과의 관계정리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감안,17일 상오 국회에서 최고위원 및 당직자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한 김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할 방침이다.<정광철·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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