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범죄 탓”… 인권단체등 비난출범 두달째인 프랑스 우파 신정부가 예상대로 이민문제에 강력히 대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하원은 13일 국회법을 개정,외국인의 프랑스 국적 취득자격과 절차를 까다롭게 규정했다. 새 의회가 첫번째로 심의,압도적으로 통과시킨 이 법은 유럽에 퍼지고 있는 외국인 배척과 민족주의적 조류가 프랑스에도 우파정부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지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이민문제는 독일과 달리 이데올로기나 인종과 관련된 깊은 뿌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이 나라에서 이민문제가 부각된 것은 실업난 범죄 등 현실문제가 악화되면서부터다.
우파가 승리한 지난 3월말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3백만명을 넘어선 실업자 문제였다. 정부 공식통계로 프랑스의 실업률은 10.6%로 서방 선진국가중 스페인(18%) 캐나다(11.2%)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의 실업난은 프랑화 강세유지정책에 따른 고금리와 경기침체,산업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것이지만 이민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도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이민의 다량유입으로 사회보장 적자와 국민의 세금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내 이민은 공식 통계로는 전체인구의 7%인 3백50만명이지만 불법이민자 1백만∼1백50만명을 포함하면 실제는 5백여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민들은 대부분 불어권인 알제리와 모로코,튀니지 등 북부 아프리카 출신 및 포르투갈인 등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민과 도시문제,범죄가 거의 동의어로 통하고 있을 만큼 이민들이 집단 거주하는 대도시 주변의 치안상황은 매우 악화되고 있으며 슬럼화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수형자의 30%가 외국인이었고 이중 25%가 입국과 체류에 관련된 범죄였다. 또 마약사범의 37%가 외국인이었다.
불법이민과 범죄에 대한 우파정부의 강력대응 의지는 강경원칙주의자인 파스쿠아 상원의원이 86∼88년의 우파내각에 이어 또 다시 내무장관으로 임명된데서도 드러났다.
그의 반이민정책과 함께 이민이 범죄를 늘리고 있다는 발라뒤르 총리의 발언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공격적 태도를 부추겨 지난달 2명의 아프리카 청소년이 경찰 단속과정에 피살되기도 했다.
새 국적법은 당초 심의위원회와 상원이 마련한 것보다 더욱 엄격하다. 프랑스 영토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자녀는 18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으나 새 법은 본인이 국적 취득의사를 분명히 밝히도록 했다. 또 범죄경력이 있는 자는 국적을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함으로써 정부심사를 제도화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사람의 국적취득도 6개월에서 2년으로 늦추는 등 까다롭게 규정해 국적을 얻기 위한 위장결혼을 막았다.
이처럼 엄격한 내용의 국적법은 사회당과 공산당의 반대는 물론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인권단체들은 새법은 인종차별적 성격이 짙고 이민 후세들의 프랑스 사회 동화를 가로막는다며 의사당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 4명중 1명은 새 국적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민지를 경영해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교적 친근하고 관대했던 프랑스 사회는 이제 확실히 변하고 있다. 지난 총선결과 이민이 많은 남부지역 등 50개 선거구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은 30% 가량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 국적법 개정은 이민과 외국인 문제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보다 강력한 정책을 예고하는 신호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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