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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중항쟁연합/정동연 상임의장(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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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중항쟁연합/정동연 상임의장(초대석)

입력
1993.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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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치유 진상규명이 첫발”/「특별검사제」 정권의지에 달린 일/용서·화해는 상대가 있어야 가능/정부 기념사업­「고소·고발」 엄정수사 환영▼5·18 광주민주화운동 13주기를 맞는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망월동 5·18묘역 1주기 제사때 추도사를 읽었다고 하여 당시 유족 한분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을 산 사건이 있었고,묘역을 없애기 위해 유족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묘 이장을 획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대에 담겨 쓰레기차로 구덩이속에 내던져 만들어진 분묘는 13년전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별로 달라진게 없지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어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역사발전은 스스로 놀랄만큼 엄청난 것입니다』

○무죄선고 뒤따라야

▼지난 13일 발표된 김영삼대통령의 특별담화에 담긴 정부의 5·18 해결방안은 5·6공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기념사업 부분은 선심 쓴 것만큼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지요. 그러나 이번 담화문에는 현 정권의 속성을 알리는 2가지 부분이 있습니다. 저희들더러 「용서」라는 큰용기를 내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수백명이 죽임을 당하고 수천명이 찢기고 짓밟히고 또 수천명이 옥살이를 했습니다. 피해자는 용서와 화해를 하자는데 가해자는 훈장을 달고 포상을 받은뒤 요직에 앉아 우리의 머리를 누르며 비웃고 있습니다. 상대가 있어야 용서를 하지요. 힘이 약하다고 용서를 강요하는 것은 비굴이지 화해일 수 없습니다. 냉혹한 국제정세속에서 한민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족화합에 의한 에너지의 총화가 필수적이지요. 저희들은 정말로 용서하고 진정으로 화해하고 싶습니다. 역사를 바로 잡아 민족정기를 세우는 것도 후손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고 진정한 화해를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보복적 한풀이로 표현한 김영삼정부의 역사인식의 저급성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기만성입니다. 전과말소 조치는 이미 사면,복권과 형의 실효기간이 지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국민을 속이려 했다는 것입니다. 5·18을 민주화운동이라 규정해 놓고 그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법률적으로는 지금도 국토를 참절하고 국헌을 문란케 할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폭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군사재판 파기에 의한 무죄선고 요구가 그렇게도 부당합니까. 현 정권이 고뇌에 차도록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결국 담화문속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선심쓰는 시혜성 표현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김영삼대통령의 고뇌에 찬 마음이 전혀 우리의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과 광주보상법 무효화 및 특별법 제정,당시 군사법정 판결 파기 등에 대해서는 이번 담화에서 구체적인 언급없이 「훗날 역사에 맡기는 것이 도리」라는 표현으로 비켜갔습니다. 이에 대한 차후 대책이 있으십니까.

『5·18 문제해결에 성의가 없다는 것은 지역차별 해소에도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지요. 바꾸어 표현하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굴종을 강요하는 정권에 대하여는 정면 돌파외에 다른 어느 길이 있는지…. 국민정서라는 것도 우리를 부당하게 옥죄는 편견일 수 있지요』

▼특별검사제가 도입되더라도 13년전의 진실을 밝히는데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권의 진심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수사보다 진실 중요

▼김 대통령이 이번 담화에서 제시한 정부 방안중 실행가능한 것부터 조속히 매듭짓고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은 계속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그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진상규명에 대한 현 정권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고 의지와 성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이번 김 대통령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광주시민이 당사자이지만 5·18의 지역성을 없애기 위해 관련단체들도 명칭을 「5·18 광주민중항쟁」에서 「광주」를 빼기로 결정한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타지역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18의 해결은 80년 5월 사건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외세와 독재권력의 통치방식인 지역분할 구도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차별의 국민적 편견의 해소가 전제되지 않은 5·18의 해결은 허구입니다. 「긍정적인 타지역의 반응」이라는 것도 과거 정권이 만들어낸 편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이지요. 수사에 의한 화려한 치장보다는 한줌의 진실이 저희들에게는 훨씬 소중한 것입니다』

▼지난 10일 문익환목사,김근태 전 국민회의 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민주항쟁기념 국민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이 단체와 연대하여 「5월문제」를 「국가적인 문제」로 확산시켜 나갈 구체적인 방안이 있으십니까.

『저희 광주도 국민위원회에 발의과정부터 요청,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가 정말 민족의 생존을 위하여 개혁을 지속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한다면 광주도 김영삼정부에 대하여 우호적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지난 3월13일 김영삼대통령의 광주방문시 면담이 무산된데 대해 광주시민들의 여론이 나빴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말씀 해주십시오.

『역사를 만들어내는 변수는 옛날보다 훨씬 복잡다기해졌기 때문에 예단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김영삼정권의 본질과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개혁의 성과조차 부정하는 것은 조급성의 발로지요. 이 점에 대한 질타라고 봅니다』

○세계적 민주성지로

▼상임의장직을 맡고 계신 「5·18 광주민중항쟁연합」이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희들은 담화문을 보면서 참으로 가슴 아픈 참담함을 느낍니다. 진실은 전달되지 않는가. 자존심을 비웃어도 되는가. 이러한 것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권력의 속성인가. 저희 5월단체는 김영삼정부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정권이 되도록 격려와 지지,충고와 채찍질을 함께 하면서 지켜볼 것입니다. 저희는 순회강연,5월학교 강좌개설,사진·자료전시 등을 통해 5월의 진상을 알리고 광주를 세계적 민주성지로 가꾸기 위한 기념사업을 벌여나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인 5월 정신을 현재의 역사속에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청와대가 12·12사태를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적 사건」으로 규정한 것을 계기로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검찰은 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의 「엄정수사」는 크게 환영할 일입니다. 5·18을 12·12의 연장선상에 놓고 볼때 관련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당연한 귀결이 아닙니까. 그들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가한 무자비한 살상행위는 바로 내란죄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비록 13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엄정하게 수사를 한다면 현 단계에서 5·18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대담 김병규 호남취재본부장>

□약력

▲1943년 11월23일 광주출생

▲전남대 총학생회장(64년)

▲한·일 굴욕외교 반대시위 제적,구속(65년) 전남대 복학(80 년)

▲5·18 예비검속,내란수괴죄 사형선고

▲형집행정지 출소(82년 12월)

▲5·3 인천시위 구속(86년) 이철규사건 구속(89년)

▲현 5·18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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