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불신을 씻기위해 앞으로는 국내외 대공정보 및 정책자료수집에만 전념하고 직원들의 정부 각 기관 출입을 일절 금지시키겠다』80년 4월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중앙정보부장직을 겸임하면서 「새중정」에 대해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이름을 「국가안전기획부」로 바꿔 새 출발을 다짐했으나 정치사찰 등 정권유지를 위한 권력기관으로서의 기능은 조금도 바꾸지 않았던 것이다. 88년초 6공 출범직후 노태우대통령은 『안기부는 고유의 기능만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신임부장은 야당 당사를 순방해 『정치사찰을 않겠다』고 공언하고 국회에도 출석하는 등 표면상 「변화」를 과시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 정치사찰을 지속하는 등 여전히 국가보위기구 보다는 정권안보기구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사실 60∼70년대 중정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가관이었다. 정보부 간부를 국회에 부르는 것마저 엄두도 못냈던 당시 국감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형편이었다. 찾아간 중정에서의 북한 동향 브리핑,영화관람과 오찬이 전부였다. 정치사찰이란 고리를 갖고 있는 정보부에 대해 「질문」한다는 것은 야당 의원들조차 만용이기 쉬웠다. 이것이 5공 때까지 계속 되어왔고 6공 들어와서도 안기부의 대국회 관계자는 지극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김영삼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새안기부상」이 국회 국방위에 선을 보였다. 과거 안기부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비공개로 하던 것과는 달리 부장인사,일부 업무보고와 의원의 질의가 공개됐고 비공개로 진행된 기밀보고 일부와 답변내용도 자료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의원들이 『직원들이 행정부서를 여전히 출입하고 있지 않은가』고 따지자 김덕부장은 『나의 지시를 어기고 출입한 직원이 있어 인사조치했다』고 솔직하게 답변하여 안기부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케 했다. 안기부가 고유업무만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도 역대 집권자들의 식언에 번번이 당했던 국민들로선 이같은 변모를 반길 수 밖에 없다. 「반짝변화」나 「선유후강」식이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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