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위 아래로 엉망이다.천기호치안감이 슬롯머신업소로부터 뇌물을 정기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되고 일부 고위간부들이 업소와 결탁한 혐의로 내사받고 있는데 14일 밤에는 술에 취한 의경들이 업소의 창유리를 깨고 시민을 구타하는 집단난동을 벌였다.
지금은 경찰이 지난 3월 제2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후 범죄소탕을 위한 「1백80일 작전」이 한창 진행중인 시점이다. 그런데도 의경 36명이 경찰서를 무단이탈,술을 마시고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은 『이런 경찰을 믿고 살아야 하나』 『도대체 평소 부하관리를 어떻게 하는거냐』라는 공분을 일으키게 한다.
일각에서는 윗물이 썩었으니 부하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비아냥거림마저 나오고 있다.
집단난동을 일으킨 의경들의 의식수준과 이에 대처하는 경찰의 태도를 보면 경찰이 과연 문민시대에 걸맞게 시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우선 의경들의 무단이탈 이유가 그렇다. 이들은 15일 상오 시위진압에 대비하던 기동대가 해체됨에 따라 각 경찰서 방범순찰대에 새로 배치돼 민생치안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방범순찰대는 24시간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는 힘든 부서지만 민생치안의 보루이다.
이들은 단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기본책무를 망각한채 새정부 출범후 역할이 축소돼 근무여건이 편한 기동대를 해체하는 경찰 상부방침에 「무단이탈」로 집단항명을 한 것이다.
그런 의경들이 민생치안에 투입됐을 때 오히려 대민피해 등 부작용이 날게 뻔하다. 경찰은 사건이 나자 『의경들이 구보를 하다 시민과 어깨가 부딪쳐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는 어불성설의 변명을 했다.
또 일반사건과 달리 의경들을 연행한뒤 즉시 피의자 및 피해자 진술을 받아 진상파악에 나서지 않고 피의자 대기실도 아닌 내무반에서 재우는 등 사건 은폐·축소에 급급했다.
현지 주민들은 『의경들이 욕설과 발길질을 해 흡사 무법천지를 연상케 했다』 『이게 문민정부의 경찰이냐』고 항변하고 있다. 경찰은 아직도 새정부가 내건 개혁·변화의 의미를 잘 모르는 구시대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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