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한계내 「과거」 바로잡기/정통성 자신감 불구 ”우회어법”/민감한 진상규명 역사에 맡겨김영삼대통령은 13일 12·12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큰원칙을 제시했다.
12·12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은 야당의 공세에 따라 나온 대응이기는 해도 12·12가 5·18을 배태했다는 점에서 두가지 사안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12·12를 「하극상에 의한 군사쿠데타적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오늘의 정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위에서 있는 민주정부』임을 분명히 했다. 12·12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해야할 일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개혁이 바로 이 작업』이라고 밝혔다.
5·18에 대해서는 『문민정부의 출범과 그 개혁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두가지 사안 모두에 대해 책임자 처벌이란 보복적 한풀이를 하지 말고 진상규명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훗날의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는 완곡한 뜻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당초 이경재 대변인 성명을 통해 12·12사태를 「이 나라 헌정사에 씻지못할 오점을 남긴 불행한 사건」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박관용 비서실장은 이를 『실정법 차원을 넘어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이 이날 다시 김 대통령의 뜻을 정리해 발표한 「군사쿠데타적 사건」이란 규정은 앞서의 표현에서 훨씬 진전된 것이다.
다만 김 대통령이 야당시절 밝힌대로 「불법적인 군사쿠데타」로 못박지 않고 「군사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한데는 나름대로 고충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2·12를 불법적인 군사쿠데타로 규정할 경우 12·12와 5·17을 거쳐 나온 5공과 6공은 정통성 자체가 부정될 수 밖에 없다.
또 민정당과의 합당이 「일정한 몫」을 해 출범한 현 정부도 그만큼 정통성이 훼손될게 뻔하다.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불법으로 규정할 경우 관련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불가피해진다. 불법적 군사쿠데타임이 분명하지만 공시적으로는 그렇게 규정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김 대통령은 그래서 처벌보다는 불행한 역사의 청산을 통해서 해결하자고 했다. 역사의 청산이란 바로 현재 진행중인 변화와 개혁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김 대통령 자신이 바로 12·12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중의 한사람이란 떳떳함과 자신감이 뒷받침된 것 같다.
또한 새정부가 30여년의 군사통치를 종식시키고 출범한 문민정부라는 국민적 동의도 힘이 됐을 것이다.
이와관련해 김 대통령이 이날 밝힌 불행한 역사의 청산에는 정치적 청산의 뜻도 함축돼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12·12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어느정도 다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5·18에 대한 해결방안은 미흡함을 지적하는 소리가 있을 것 같다.
우선 광주 5·18 관련단체들이 책임자 처벌보다도 더 우선해 요구해온 진상규명이 역사의 평가에 맡겨졌다.
김 대통령은 『진상규명은 역사를 올바르게 바로잡고 정당한 평가를 받자는데 그 목적이 있지 결코 암울했던 시절의 치욕을 다시 들추어내어 갈등을 재연하거나 누구를 벌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다같이 잊지는 말되 과감하게 용서함으로써 새롭게 화해하자』면서 『용서하는 것만큼 큰 용기는 없다』고도 했다. 12·12와 마찬가지로 5·18과 관련해서도 자신이 피해자의 한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5·18에 대한 성격규정 자체가 6공초 민화위에서 채택,현행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민주화운동」에서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결국 김 대통령의 뜻은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5·18의 명예를 높이 세우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지 과거로 돌아가는 갈등을 재연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12·12에 대한 성격규정에서 현실적으로 일정한 한계를 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5·18과 관련해서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광주관련 단체를 비롯한 광주시민,그리고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 새정부의 해결원칙이 수용된다면 5·18에 대한 진상규명과 역사적 평가는 국민들 몫으로 돌아온 셈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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