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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세력과의 만남/김준형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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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세력과의 만남/김준형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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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종로5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는 경제기획원 관리들과 경실련 소속 교수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비좁은 장소에 빈약한 시설이었지만 사상 처음 열린 정부와 재야단체의 공식 경제정책토론회는 팽팽한 긴장감속에 4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경실련측 교수들의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기획원 관리들의 얼굴을 시종 굳어있게 만들었다. 「적지」에 들어온 기획원 관리들도 지지않고 준비한 자료를 뒤적이며 경실련측 주장에 맞섰다.

『임금억제 가격동결 등 규제에 의존한 부양책이 과거 경제정책과 다른 점이 있느냐』 『경실련측 교수들이 신경제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공방끝에 『정부의 신경제 추진세력들이 과연 이를 추진할 자질과 의욕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재야의 정서도 솔직하게 표현됐다. 기획원측은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함께 싸워 나가자』는 「과격한」 말까지 해가며 개혁의지를 확신시키려 했다.

수십년 세월동안 고착화된 재야와 정부의 시각차가 토론회 한번으로 좁혀질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날의 만남은 최소한 상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또 자신의 입장을 성실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정부와 재야의 만남에 비해 진일보한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토론이 끝난뒤 양측은 조촐한 저녁식사를 같이하며 이같은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강봉균차관보는 『정부도 이제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는 잊어버리는 자세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기획원 관리들이 각계의 비판을 수용할 자세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판세력과의 만남을 「만남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두는 식으로 하다간 「신경제」 역시 역대 정권들이 양산해낸 숱한 구호성 정책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정부가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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