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 이용·환전 “전형”/카지노등 현금업소 “최고 세탁기”국제,또는 국내 커넥션을 통해 「검은 돈」을 세탁하는 행위가 금융산업의 주요 영업활동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 국제금융도시 싱가포르에서 「돈세탁 특별조사반(FATF)」과 영연방 서기국이 공동 주관하는 돈세탁 방지세미나가 세계 25개국의 금융범죄전문가 1백25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로 열렸다.
이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돈세탁 사례와 실태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엄격한 금융규제를 통해 부정한 돈의 세탁방지에 공동노력을 기울인다는데 합의했다.
이 회의에서 범죄전문가들은 금융제도와 상품이 세분화되고 각국의 금융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검은 돈」의 세탁은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조직범죄가 확산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더러운 돈을 제도권 금융에 위장편입시키지 않을 경우 사법당국의 추적으로 범죄행위가 노출되기 때문에 범죄자들은 돈을 세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고객에 대한 비밀유지」라는 전통적 기업윤리를 명분으로 돈세탁에 협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돈세탁의 규모가 가장 크고 지능화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마약밀매자금. 국제마약밀재조직은 마약을 유통,판매하는 「행동」과 돈을 세탁하는 「금융」 등 양대 채널을 가동시키면서 대거 위장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마약밀매의 최종자금은 중독자를 상대로 거리 등에서 판매,소매상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돈이 될 수 밖에 없는데 대개 1백달러 이하의 소단위 화폐여서 돈의 뭉치자체가 문제가 된다.
우선 뭉칫돈을 물리적으로 작게하는 원시적 세탁방법은 공무원 뇌물이나 회사의 탈세자금의 처리에서도 똑같다.
뇌물이나 탈세비자금 등을 수표 등으로 유통시킬 경우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기 때문에 누구나 현금뭉치로 수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20달러짜리 화폐로 1백만달러의 돈뭉치는 무려 50㎏,1백달러짜리 고액화폐라고 해도 10㎏이나 되는 무게다. 이 돈을 현금으로 보관하면 도난이나 분실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신용사회에서 사용하기에도 감시망에 돌출되기가 쉽다.
따라서 범죄자들은 현금뭉치를 커넥션을 통해 대형 슈퍼마켓,레스토랑,그리고 범죄조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카지노산업 등 현금을 다루는 소위 「프론트회사」에 맡기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도박산업은 자금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해 최대의 「돈세탁기」로 각광받고 있다. 마약거래자금뿐 아니라 외화밀반출 뇌물 등 어떠한 검은 돈도 일단 노름판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추적이 불가능한 깨끗한 돈으로 변한다.
범죄자들은 또한 현금을 비행기나 돈가방에 실어 유럽이나 아시아 국경을 넘어 스위스은행 등 출처를 묻지않는 비밀계좌에 넣어 은행간 사용가능한 돈으로 탈바꿈시킨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달러를 현지 화폐로 바꾸었다가 다시 달러로 바꾸는 방법도 쓰인다. 금 다이아몬드 등 운반하기 편리하고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보석으로 바꾸는 것도 돈세탁의 한 유형이다.
후진국의 부패한 지도자들은 비밀행정조직과 외교행낭 등을 통해 국제금융기관에 가명으로 예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또한 여러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가고 있다. 가장 흔한 방법은 국내외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수취인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은행지급보증 현금수표를 이용하는 것.
무기거래와 마약밀매의 돈세탁에 주로 사용된다. 또한 무기거래시에 주로 사용되는 국책은행과 상업은행간 거래수표도 흔히 동원되는 방법이다. 이들 수표는 국제금융 시장에 나와 브로커들에 의해 할인가격으로 거래되고 이 과정에서 검은 돈이 녹아 들어간다.
또한 무기거래시에서는 거의 신용장 개설이 이뤄지지 않고 상품명도 보안 등 여러이유로 인해 표기되지 않아 검은 돈의 포착이 어렵다.
검은 돈의 천국으로는 역시 스위스를 비롯,파나마 케이먼 아일랜드가 정평이 나 있어 이곳으로 몰렸다 다시 퍼져나가는 정형적 흐름을 탄다. 검은 돈의 세탁방지는 이제 국제적 공동과제로 등장하고 있다.<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싱가포르=최해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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