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북측 진의 계속 의심/개최돼도 “겉치레” 가능성미 국무부는 10일 북경에서 북한과의 제33차 정치 참사관급 실무자회담을 가졌으나 『고위급회담의 진전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회담이 계획된 것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미국은 지난 88년 12월부터 북경에서 북한과 실무자회담을 개최해오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 회담에 대해 『전혀 비밀로 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회담 참석자나 회담내용 등에 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다가 지난 4월17일 열린 제30차 회담이 끝난뒤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이 실무회담이 정치 참사관급의 회담이었다는 것과 미국측의 요구로 열려 미국은 북한이 국제 핵안전협정의 의무조항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때 처음으로 내용이 다소나마 공개됐다.
이어 4월19일 제31차 회담이 열렸는데 이 때는 『북한측의 요구로 열렸으며 북한은 미·북한간의 고위급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은 고위급회담의 조건을 31차 회담에서 북한측에 공식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것과 이를 감시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와 남북한의 상호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고위급회담은 미·북한간의 직접적인 쌍무회담으로 진행되지 않고 미국은 북한 핵을 염려하는 국제기구 일원의 자격으로 북한과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5월들어 북한은 두번이나 연거푸 북경회담을 일방적으로 요청했다. 국무부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결국 31차 회담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기에 한국정부가 『미·북한간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발표해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비록 미국이 이를 확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와대 공식발표로 나온 것이어서 분명히 회담은 열릴 것이라는 추측을 짙게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고위급회담이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개최되더라도 지난 91년 1월의 캔터김용순회담 이상의 내용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첫째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불량배정권」(Rogue Regime)이라는 표현으로 즐겨 묘사했는데 클린턴 정부에 들어와서는 「거짓말 정권」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인공위성 첩보사진을 들이대기 전까지는 영변 핵단지를 『오직 화학공장일뿐』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클린턴 정권은 북한을 매우 「우스꽝스런」 상대로 보는 경향이 짙다. 이곳이 핵개발연구단지라는 것이 사진을 통해 밝혀지면서 누구도 북한을 심각한 대화 상대자로 보려고 하지 않는다.
둘째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북한은 미국에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어느 정치인도 강력히 추진하려 하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이 만일 체면치레만 적절히 해주면 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는 여론도 더러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을 가진다해도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양국간의 관계가 더 나아질 보장도 없다.
캔터김용순 회담에서도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분명하게 요구했고 핵문제의 해결없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발을 붙일 수 없음을 명백히 했던 것이다.
미·북한관계는 기본적으로 92년 1월 상황과 별다른 변화가 없다. 따라서 북한측이 강력히 요청하고 한국정부가 이를 지지하면 미국은 마지못해 고위급회담에 응할 것이나 92년 1월보다 좀더 의심의 눈초리로 회담에 임할 것이다. 북한의 NPT 탈퇴로 개발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기 때문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