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성이라는 판도라가 그리스신화에 나온다. 주신 제우스는 하늘에서 불을 훔친데 대한 복수를 위해 이 여인을 만들었다. 여러 신들이 매력과 간교한 지혜와 그 밖에 온갖 능력을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판도라라는 이름은 모든 선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상에 내려올 때 상자 한개를 갖고 왔다. ◆그녀는 상자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많았다. 끝내 참지 못하고 어느날 그 뚜껑을 열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안에 있던 무수한 재앙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세상에 흘러 넘쳤다. 얼른 뚜껑을 도로 닫아서 결국 상자안엔 「마지막 희망」만이 남았다는게 신화의 내용이다. 그후로 판도라의 상자는 인간의 불행과 희망의 기원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통하게 되었다. ◆한창 진행중인 개혁과 사정,그리고 그에 따른 파문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럴싸하다. 정계를 비롯,교육 금융과 군·검·경 등 어디고 손을 대고 뚜껑을 열면 엄청난 비리가 탁류처럼 쏟아져 내린다. 사정의 상자속에서 앞으로 무슨 비리가 얼마나 더 몰려 나올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흐름이 쉽게 멈출 기세는 아니지만 몇가지 차질도 드러난다. ◆개혁을 너무 서두른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다고 멈칫거리는 것은 불안하다. 국민여론이라는 순풍에 돛단배와 같이 내닿는 개혁의 속도감이 어느덧 형평성을 잃어가지 않나 하는 뒷맛을 남기기 시작한다. 명단공개면 전면공개이지 일부공개란 납득이 안간다. 소문이 들썩한 몇몇 비리수사는 꼬리가 짧은 탓인지 밟히는게 좀체로 묵직하지가 않다. 구조화한 비리를 일시에 고구마덩굴 잡아 당기듯 뽑아낼 수야 없겠지만 주춤거리는 느낌은 뭔가 허전하다. ◆판도라의 상자는 뚜껑을 열었으면 활짝 열어버리는게 상책이다. 연기만 피우고 머뭇거리면 답답하고 뒤탈이 걱정된다. 흑막은 가림없이 속시원하게 벗겨야 개혁은 순항을 계속하게 된다. 서두르지 않되 형평을 지키고,형평을 지키되 알맹이까지,이래야 판도라의 재앙은 끝장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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