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질문공세·여 침묵 대조적/“장관 자진사퇴” 요구 긴장감/국방위/부당 학부모 전면 공개하라/해직교사 복직 해결책 촉구/교육위▷국방위◁
10일 하오 국회 국방위 회의실은 안팎으로 비좁았다. 국방부 관계자들이 대거 몰려들어 방청석을 매우고도 모자라 회의장 밖에서 잇단 여야 의원들의 질문을 메모해 답변자료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군인사비리와 전력증강사업(율곡사업) 관련 의혹에 대해 예상대로 의원들이 신랄한 질문공세가 집중됐다. 어느정도 상황을 예견하고 매맞을 각오를 하고 나왔을 권영해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들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굳어져만 갔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권 장관과 이양호 공군 참모총장 등을 눈앞에 두고 「사퇴」 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질의가 잇따라 길어진데다 권 장관의 선약으로 답변이 11일로 미뤄져서 서막에 그친 회의가 이 정도였다면 앞으로의 국방위 공방은 말 그대로 백병전을 방불케할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했다.
이날 회의는 한편 야 의원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질문공세에 나선 것과 달리 여 의원들은 뒷부분에 한두마디를 묻고 넘어가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문은 율곡사업중에서도 차세대 전투기사업(KFP)에 우선 집중됐다.
임복진의원(민주)은 『무려 7년간의 검토확인을 거쳐 F18을 채택해놓고 불과 6개월만에 기종을 번복한 것은 예산상의 이유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F16 로비계통도」를 들이대고 『결국은 정치적 요인이 번복의 주요인 아니냐』고 따졌다.
또 강창성의원(민주)은 『F18이 장착한 추적탐지장치는 요동이 심한 상태에서도 정상작동이 가능한 첨단제품으로 F16 구매계약시 같은 성능의 추적장치를 개발,장착한다는 이면약정이 있었다』면서 『현재 도입,운용중인 F16에 이 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다면 계약위반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 장준익의원(민자)은 K1전차사업을 집중 거론,『87년 사통장치 납품검사시 문제점이 발견된뒤 규격기준을 계속 완화해왔다』면서 『납기지연 등으로 1천여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 의원은 권 장관과 이 공군 참모총장이 KFP 의혹이 직접 관련자인데다 권 장관이 최근의 장성급 인사에서 정실인사에 치우쳤다고 주장하면서 자진사퇴를 요구해 회의장을 긴장시켰다.
또한 야 의원들은 『군인사비리 조사가 육군을 제외하는 등 편파성을 띠어오다 최근에는 구속자 불기소처리 등 용두사미로 흐르고 있다』면서 『이는 군개혁의지의 쇠퇴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개혁고삐를 조일 것을 촉구했다.
여당에서는 서수종의원(민자)이 나서 『인사비리와 관련,군관계자들을 대거 구속했다가 일률적으로 기소유예한 것은 처음 대거 구속이나 나중의 기소유예중 하나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납득할만한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새로 국방위에 배정된 공사 교장출신의 곽영달의원(민자)은 『전력증강사업 예산을 군별로 할당하는 방식을 수정,과잉과 부족이 엇갈리는 불합리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KFP 기종선택은 절대적으로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이 회의초 업무보고에서 밝힌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대다수 장병의 사기저하를 막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도와달라』는 은근한 주문은 증대하는 의혹을 규명하려는 의원들의 의욕을 식히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교육위◁
교육위는 당초 학교급식법 개정안 및 각종 소위원회 위원교체 문제만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이의 의사일정후 야당 의원들이 교육부의 부정입학 학부모명단 공개와 관련한 질의를 잇따라 퍼붓기 시작해 상임위 첫날부터 교육부를 집중질타.
장영달의원(민주)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이런 교육부로 국민교육이 가능한지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고 서두를 꺼낸뒤 『의원들의 질문에 뒤에서 비아냥거리기나하는 관료들의 의식개혁을 어떻게 완결할 것이냐』고 공격.
장 의원은 『지난 1년동안 교육부 답변에는 신물이 날 정도로 거짓말이 많았다』면서 『왜 부정입학자를 축소발표해 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주는가』라고 학부모명단중 일부만 발표한 이유를 추궁.
장 의원은 『장관이 부임한지 2개월이 됐으니 개혁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물은뒤 『전교조 교사를 해직한 것은 도둑이 완전도둑을 위해 파수꾼을 몰아낸 셈인데 왜 해결책이 안나오느냐』고 「수위」 높은 공세.
박석무의원(민주)도 『교육부는 대학이 학부모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일부 명단만 발표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 것 아닌가』라면서 『나머지 학부모명단도 공개해야 교육부가 이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면공개를 요구.
박 의원은 『대학이 입시부정을 해놓고도 자료를 폐기했다는 이유로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입시부정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라며 『장관이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
박 의원은 의원들의 질문도중 오병문 교육부장관이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의기소침해하자 『오 장관이 부임하기 전에 생긴 일이니 섭섭하게 생각할 것 없다』면서 『장관에 대한 견책이 아니라 구악을 일소하고 새출발하자는 뜻』이라고 오히려 위로말을 곁들이기도.
김원웅의원(민주)도 『교육부가 학부모명단 발표를 교육적 견지에서 고려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발표여부 자체를 고민했어야 했다』면서 『청와대와 긴밀히 협조해 양해하에 발표했다는 과정 자체가 군사정권의 관료행태와 같다』고 질타.
김 의원은 『진짜 교육적 견지에서 형평성을 고려했더라면 며칠 늦더라도 자료를 보완해 발표했어야 했다』면서 『이런 행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
오 교육부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가라앉은 목소리로 『개혁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얘기를 들으니 슬프다』면서 『너무 독촉말고 교육부를 사랑하는 뜻에서 대해 달라』고 애원조의 답변.
오 장관은 『부임한지 6일째부터 지금까지 두들겨 맞았다』면서 『여러분의 자녀가 TV로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데 이렇게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어서 우리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의원들의 집중타에 은근히 불만.
오 장관은 『모든 사람을 당장 같아치우면 30∼40년간 교육계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느냐』면서 『시간을 주면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것이며 현재 법적·제도적 문제를 분석중』이라고 답변.
오 장관은 이어 『누락된 명단은 대학에 연락해 제출토록 하겠다』면서 『교육부에 연루자가 있다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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