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전 정치적 수습 시사/시기선택등 파장 최소화 애써안영모 동화은행장 사건 등 각종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소속의원들의 관련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자당은 내심 관련 의원들의 처리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당지도부는 현재 『검찰로부터 공식 통보받은바 없다』며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애써 회피하고 있으나 당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개혁정국하에서 소속의원들이 비리와 관련해 사법조치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입장이 못된다.
지난번 의원 재산공개 파문 때도 민자당은 범법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개혁에 「저해」 된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은 소속의원 6명을 의원직사퇴 또는 자진 탈당케한바 있다. 때문에 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수사당국에 포착된 의원들에 대해서도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당차원의 조치가 불가피한 형편이다.
황명수 사무총장은 이와관련,『적절한 시기에 수사당국으로부터 통보가 올 것』이라며 『소속의원들이 비리에 관련됐다면 당으로서도 그냥 둘 수 있겠느냐』고 언급,사법처리의 전단계에 자진 탈당권유 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민자당이 비록 공식적 통보는 아니더라도 검찰의 수사상황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비공식 청취」를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당의 한 고위당직자도 『법무부의 담당국장으로부터 수사진전상황을 들어서 신문에 난 정도의 사실은 파악하고 있다』며 「당·검찰」의 라인이 개설돼있음을 시인했다.
민자당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빠찡꼬업계의 대한 수사에서는 아직 의원관련 사실이 명확히 밝혀진게 없으나 안 은행장 사건과 관련해서는 소속의원 2명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L의원이 안 은행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시·장소까지 밝혀진 것으로 들었다』면서 『K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수수죄가 인정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자당은 그러나 금융계 비리와의 관련설이 무성하게 나돌았던 금진호의원이나 국민당의 박철언의원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혐의사실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함께 현 단계에서는 민주당 의원 관련사실도 밝혀진게 없어 결국 민자당만 소속의원 2명이 사정대상에 오르게 되는 부담을 지게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인해 민자당은 『국회 회기중에는 현역 의원이라는 신분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는 검찰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해당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조치를 내리는 문제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로 예상되는 검찰의 사법처리에 앞서 당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진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 등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당의 이같은 수순정리에는 사법처리 대상에 오른 두의원이 모두 6공의 실세로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정가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미칠 부담을 감안,두의원의 사법처리는 김영삼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증거를 확보해놓고도 임시국회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자당은 『정치적 이유로 사정이 좌우될 수 없다』는 새정부의 확고한 자세에 따라 두의원의 사법처리를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남은 임시국회회기 10일동안 검찰수사로 인해 당이 입게될 영향을 줄이고 노 전 대통령측에 미칠 충격을 어느정도나마 완화시켜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민자당의 「시간끌기」엔 현재 수사가 한창 진행중인 빠찡꼬업계 사건과 안 은행장건을 일괄 처리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산공개 파문때 1차 숙정을 했던 민자당이 안 은행장건으로 2차 숙정을 하고 또다시 빠찡꼬업계 사건으로 소속의원을 숙정해야할 상황에 이르게 될때 입게될 정치적 타격은 적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자당의 이같은 「희망사항」은 비교적 실현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당관계자들도 『안 은행사건에 대한 수사는 해당의원들을 소환조사하기만 하면 될 정도로 사실상 다 끝난 상태이지만 빠찡꼬업계 수사는 이제 겨우 초보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혁과 사정의 바람이 계속되는 한 비리의원에 대한 일괄처리란 불가능한 것이고 결국 민자당으로서는 거듭되는 검찰의 비리수사 때마다 똑같은 고민을 되풀이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 같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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