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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지지” 심기는 “불편”/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요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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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지지” 심기는 “불편”/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요즈음

입력
1993.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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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운동·가족나들이외 외출 삼가/의혹 시선엔 “진상 반드시 밝혀질 것”개혁과 사정의 파문이 차츰 노태우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에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각종 비리가 「구시대의 구조적 소산」으로 비쳐지면서 새정부의 개혁정책이 「과거청산」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현실에 두 전직 대통령의 심기가 결코 편할 수는 없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조용히 살면서 새정부의 개혁정책에 긍정적 견해를 표시하고 있지만 뉘앙스는 상당히 다르게 들린다. 최근의 비리가 대부분 6공 시절에 빚어졌다는 것 때문인지 전 전 대통령은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인데 반해 노 전 대통령은 그렇지만은 못한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딸 소영씨 부부의 외화밀반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아버지로서 크게 걱정하면서도 답답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숨김없이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며 검찰수사에 응할 수 있도록 준비케하는 등 당당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측근들이 전하고 있다. 한 측근은 『오래전에 여러군데에서 받은 돈을 본인들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곧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정부 관계자가 개입했다거나 스위스은행에서 돈이 인출됐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새정부의 사정이 궁극적으로는 6공 정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듯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개혁추진의 방향이 옳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아 지금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번에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측근들에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여당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체질개선이 어렵다고 생각해 김영삼대통령을 지지했던 것이고 그 판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노 전 대통령은 요즘 『모든게 내 책임』이라는 말을 자주한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그러나 이 얘기가 6공을 맡았던 통치자로서 당시의 잘못됐던 일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느낀다는 뜻인지,아니면 3당 합당이후 숱한 정치적 갈등속에 김 대통령을 「선택」한 것을 두고 얘기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명확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개혁정책의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하는듯한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개혁도 다 나라발전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아직 결과가 나온게 아니니 좀더 지켜보는 자세로 있다』는 측근의 말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러나 새정부가 과거의 비리를 파헤치는데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재임중에 있었던 각종 비리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비정치적 성향」 탓인지 사정의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세간의 말은 믿지 않는다고 한다.

차세대 기종변경 의혹에 대해서도 『내가 F16을 선택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F16을 봐주려 했다면 왜 F18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겠느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은 어차피 한번 문제가 될 사안이라면 빠른 시간내에 진상이 밝혀지는게 나라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재산공개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준비도 다 돼있고 또 못할 이유도 없지만 흥미거리를 제공하거나 쓸데없는 오해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며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인지 퇴임후 노 전 대통령의 생활은 매우 조용하고 평범하다.

상오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연희동을 찾는 「고정멤버」들을 맞고 하오엔 외국 정치인들의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탐독하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주로 청와대 전 수석들과 북한산을 오르며 골프를 안하는 대신 테니스를 즐긴다. 매주 한번씩 가족들을 모아 식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 됐으며 고향인 대구로 가서 지내야겠다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조용한 생활을 하기는 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외출을 자제한채 자택에서 서예와 독서를 하거나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는 것으로 소일하는데 노 전 대통령보다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 매주 목요일에는 측근들과 서울근교의 산을 오르며 역시 골프 대신에 일요일 인근 국민학교에서 가족들과 배드민턴을 친다.

전 전 대통령은 일련의 개혁바람에 대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식의 개혁조치는 불가피한 것 아니냐』면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일단의 책임감을 느껴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역시 새정부의 비리척결 의지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입장이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노 전 대통령과 같은 범주에 넣는 시각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어느 나라나 부패는 있게 마련이지만 지난 몇년간에 특히 구조적으로 많이 심화된 것 같다』면서 최근의 비리사건이 5공과는 무관함을 은연중 내비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특히 『군인사비리는 매관매직의 수준』이라고 격노하면서 『지난 몇년간 공직사회가 무서워 하는데가 한 군데라도 있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측근들이 전한다.

재산공개 문제에 대해서도 전 전 대통령측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구분하지 않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면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88년 재산공개는 물론 검찰과 국회에서 철저한 조사를 받았다』며 노 전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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