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학들이 지향해야할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섰다. 다름아닌 사립대학 재정실상의 공개다. 결코 가능할 것 같지 않던 일이 이 나라 명문 사학인 연세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1세기가 넘는 사학경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장거라 할만하다.대학 창립 1백8주년을 맞아 『대학회계 결산을 공고하고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라는 부제를 달아 일간신문에 광고한 연세대의 「결산공고」는 대학 재정의 실상을 한눈으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사실적이다.
지난해 6월 홍익대가 결산공고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학교 회계자금운용계산서에 불과했다. 연세대 재단의 결산공고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결산공고보다 더욱 구체적이어서,사학사상 「대학재정 최초공개」로 기록될만하다고 본다.
결산공고를 일별해보자. 연세대의 지난해(92년 3월1일∼93년 2월28일) 총수입은 1천2백64억2천만원이다. 수입의 가장 큰몫은 52.6%(6백34억4천8백만원)를 차지하는 학생들의 등록금이다. 재단 순수전입금(시설 및 현금 전입)이 6.7%,부속병원 전입금이 19.9%,산학협동기부금 8.2% 등 전입금 및 기부금 원조금이 도합 32.6%(3백93억5천2백만원)이고 수수료 수입이 11.2%이다. 정부보조금은 9억5천9백만원(0.8%)으로 「새발의 피」다.
지출총액은 1천1백30억8천만원. 교수와 교직원 봉급이 역시 큰몫으로 49.7%(5백62억1천1백만원)이고 실험실습비·장학금 등 학생경비가 10.9%(1백23억6천만원) 연구비가 11.1%(1백25억9천만원) 고정자산 매입에 10.9%(1백22억8천만원)를 지출했다.
빠듯한 경영이다. 연세대 재단의 총자산은 6천2백66억3천만원이고 부채는 1천9백30억5천6백만원으로 부채비율이 30.8%에 달하지만,우리 사학재단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건실한 대학재단이다.
공개내용의 세부사항들이야 어찌됐건 연세대와 그 재단이 재정실상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나선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그것은 바로 사학재단의 실상을 좁게는 그 대학의 학부모와 동문들에게 정직하게 보고하는 의미도 있지만,넓게는 건학 1백년이 넘도록 베일속에 가려졌던 사학의 내부를 국민들에게 숨김없이 드러내 보인다는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우리는 평가하고 싶다. 그것은 곧 오늘날 우리 사학들의 땅에 떨어진 신뢰를 되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학들이 국민의 믿음을 되찾게 되는 날,기여입학제에 대한 거부반응도 사라질 것이고 정부지원금도 크게 늘려받게 될 것이며 진정한 산학협동의 여건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사학들은 재정난이 위기상황이라고 입으로만 죽는 소리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 입학부정으로 기십억을 끌어들이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일 뿐이다. 재정난의 실상을 연세대처럼 솔직히 드러내보이고 국민적인 이해와 믿음을 되찾는 것만이 사학이 진정으로 재정난을 탈피하고 건전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을 모든 사학들은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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