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공천 절차 비민주적/주의회선거 재실시 하라”/“당수뇌 공천리스트 작성 위헌”/판례 뒤엎고 정당 관행에 제동독일 함부르크주 헌법재판소는 최근 정당 후보공천 과정의 「비민주성」을 이유로 주의회 선거 전체를 무효로 판결,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했다.
독일 사상 처음인 이 선거 무효판결은 정당 지도부가 후보공천을 좌우하는 정당 정치관행에 대한 통렬한 심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판결로 독일 정당의 후보공천 절차에 전면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은 정당의 내부 민주주의 확보를 민주정치의 기본전제로 규정한 헌법이념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획기적 판결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91년 6월의 함부르크주 의회총선과 관련,이주의 야당이지만 연방집권당인 기민당(CDU)의 후보공천이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했다는 기민당원들의 제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소송을 주도한 소장당원들은 당지도부가 작성한 공천후보 리스트가 그대로 채택되는 공천절차에 따라 당내 소수세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의 공천후보 리스트는 대의원 총회 및 당대회 표결에 2차례 모두 부결되는 경우에만 새로 수정 제안하도록 돼있다. 그리고 의회선거는 비례대표제 성격이 강해 공천후보 리스트가 당선여부를 사실상 결정한다.
독일의회 선거에서 각 정당은 지역구 후보들을 정당내 서열에 따라 나열한 후보리스트를 제시한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에 각기 2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지역구에서 다수표를 얻을 경우 물론 당선되지만 정당 투표지지율에 따라 전체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지역구 낙선자들도 정당후보 리스트의 순서에 따라 당선될 수도 있다.
이같은 선거제도에 따라 헬무트 콜 총리의 경우 90년 통일 총선이전까지 계속 지역구에서 낙선하고도 수십년간 연방의회에 진출,총리에까지 올랐다. 또 연정 파트너 자민당(FDP)은 개별지역구 지지율이 평균 10% 정도로 한명도 당선되지 못하지만 정당투표를 통해 연방의회 의석 7백62석중 79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판결로 91년 선거에서 승리,2년간 집권해온 사민당(SPD)은 억울하게 재선거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함부르크 헌법재판소는 『선거무효 판결의 결과가 심각하지만 후보공천 과정이 헌법에 규정된 정당내 민주질서를 무시한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 대해 언론들은 『유권자의 국민대표간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인 후보공천 과정의 민주화가 풀뿌리 민주주의실현에 중차대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판결은 주헌법재판소가 91년 선거후 사민당 주도의회에서 선출된 판사들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 한층 높이 평가된다. 따라서 법원은 함부르크주 기민당뿐 아니라 비슷한 공천절차를 따르는 모든 정당에 대해서도 권력정치적 틀을 깨고 공개성과 「유권자지배」 원칙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판결은 연방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연방선거와 관련된 유사한 선거무효소송에서 『후보공천절차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소송을 기각해온 사실에 비춰 용기있는 판결로 평가된다.
물론 이번 판결은 그 자체가 최종 확정판결이어서 연방 헌법재판소는 무관하다. 그러나 함부르크주 기민당원들은 90년 연방 총선의 후보공천에 대해서도 연방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이 가져온 엄청난 파문과 평가를 고려할 때 연방 헌법재판소도 어떤 식으로든 기존 자세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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