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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략 부재/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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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략 부재/유석기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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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자원부가 엄청난 포부를 내세우고 있다. 항공우주·자동화기기 등 첨단산업은 물론,섬유·신발 등 무려 15개 업종을 대상으로 각각 중장기발전 전망과 지원육성 방안을 제시하는 신경제 산업정책을 마련중이다.사실상 제조업의 거의 전업종을 포괄한 야심찬 계획이어서 일단 의욕만큼은 높이 사줄만하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까지만도 상공부 관계자들은 『깨끗한 정부가 출범했으므로 종래와 같은 특혜시비를 두려워할 것 없이 장래성있는 소수 업종만 선별,육성하는 진정한 의미의 산업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당시 이동훈차관은 업계 인사들에게 『중점지원 업종은 반도체·자동차 등 핵심전략산업 7개로 압축할 방침』이라고 자신있게 공표할 정도였다.

그러던게 불과 며칠만에 슬금슬금 업종수가 늘어나면서 두배를 넘는 15개로 낙착돼 버렸다. 이렇게 되자 요즘도 일각에선 『누구만 인삼뿌리 먹느냐』면서 시멘트·요업·정보처리업 등도 포함시키라고 떼를 쓴다는 후문이다.

당초 의지가 흐지부지해진데 대해 상공부 고위간부들은 『특정업종에 대한 선별지원을 공식화할 경우 이를 금지하는 GATT(관세무역 일반협정) 등 국제규정을 위반,자칫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부를 소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70년대 일본 통산성은 반도체 업종을 중점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거리낌없이 펼 수 있었지만 현재의 국제 경제질서는 그 때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 산업이 모든 업종에서 선진국 업체들과 겨뤄 과연 승산이 있으며 또 정부가 이들 업종 모두에 충분한 지원을 해줄 만큼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궁색하다.

일본의 경우 매년 1천억달러 이상 대규모 흑자를 구가하지만 실제 「황금알」을 낳는 업종은 반도체 승용차 로봇 등 소수 핵심산업뿐인 사실은 무얼 뜻하나.

『거름지고도 시장에 따라 가려는 심보를 방지하고서 우리 산업의 미래상을 담은 진짜배기 「산업전략」 강구는 아예 엄두도 못낼 것』이라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이 뼈아프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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