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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 「빠찡꼬 코리아」로 본 도박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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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집 「빠찡꼬 코리아」로 본 도박산업

입력
1993.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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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돈·폭력 얽힌 복마전/연 2조원 시장 “황금알 산업”/전 전대통령 동생도 「허가」관련 구속정덕진씨(53)의 비호세력 및 빠찡꼬업계에 대한 전면전인 검찰수사로 베일에 싸여있던 빠찡꼬업계의 요지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빠찡꼬업계가 전성기를 누리던 89년 1월 빠찡꼬를 포함한 전자 도박에 대한 심층분석에 체험담을 소개한 도박 산업 르포집 「빠찡꼬 코리아」(도서출판 흙)를 펴냈다가 협박을 당하기도 했던 김성길씨(43)는 빠찡꼬업계를 굴속에 숨어 있는 뱀에 비유한다. 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길이를 알수 없듯이 권·금·폭력이 얽혀있는 복마전 빠찡꼬업계의 실태나 규모도 쉽게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김씨에 의하면 호텔 빠찡꼬업소 3백20개,무허가 전자도박장 1천5백여개,간이도박장 4만개 등 모두 4만2천군데의 도박장이 있으나 파악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8만∼10만 여곳에 이르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연간 2조원은 된다. 이중 호텔 빠찡꼬의 흥행 규모가 1조원으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김씨는 빠찡꼬산업이 소자본을 투자,단시간에 최고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빠찡꼬의 영업권을 둘러싼 이전투구에 권력층과 폭력배가 끼여들게 마련이라고 단언한다.

김씨는 르포집에서 전두환 전대통령의 사촌 동생 우환씨가 지난 88년 빠찡꼬 허가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된 사건,호텔 오락실 대표들이 5공 때 이순자씨가 운영하는 새세대육영회에 찬조금을 낸 사실 등을 들어 빠찡꼬 업계가 권력의 비호 아래 있었음을 드러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물좋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지분 가운데 일부를 주멱들에게 나누어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빠찡꼬의 정상적인 시상 확률이 87%일 경우 손실확률은 13%로 1시간에 1천회의 핸들을 당긴다면 금액으로 30만원 상당이 회전돼 3만9천원 정도를 잃게 돼있다.

그러나 시상확률을 20%로 낮추면 1시간에 24만원까지 날리게 돼 하루 16시간 영업을 한다면 기계 1대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금은 최고 2백80여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84년 빠찡꼬 기계의 릴이 3릴에서 4릴로 된 배경에도 거액 시상확률을 크게 떨어뜨리려는 업주측의 영업전략과 로비에서 비롯됐다.

김씨는 『88년 K기업에 함께 근무한 박모씨(35)가 전 재산 2억 5천만원을 빠찡꼬에 탕진하고 자살까지 기도한 사실에 충격을 받아 6개월간의 연구 및 체험을 통해 르포집을 냈다』고 밝혔다.

「빠찡꼬 코리아」는 6판까지 8만2천여부가 팔린 뒤 91년 말 절판됐으나 도박에 관심있는 사람치고 탐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전의 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은 검찰과 경찰 수사관들이 참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김씨는 「빠찡꼬 코리아」가 발간된 직후 퇴직금 1천만원을 1주일만에 날린 예비역 육군 상사가 자신을 「빠찡꼬 도사」로 여겨 동업제의를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씨는 당시 빠찡꼬 업계로부터 『경찰서인데 당신이 눈으로 직접 확인했느냐』 『문공부인데 책 등록을 취소하겠다』는 등 갖은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현재 저작에만 전념하고 있는 김씨는 『빠찡꼬에 발을 들여 놓으면 흥미→오락행위→금전투자→사행심 및 요행심리 유발→도박행위→패가망신의 과정을 밟게 되다』고 말했다.

『시상 확률을 낮추거나 승률을 조작하는 빠찡꼬 업계의 암묵적인 담합행위가 문제』라는 김씨는 『일본의 경우처럼 오락으로 즐길 수 있게 업소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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