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등 자금제공설 파다/“몇년전 외압으로 수사중단”/“비호세력 규명엔 여러가지 이유로 한계” 시각『정덕진이 누구냐』
국회 대정부 질문이 한창인 요즘 정치권의 관심은 국회를 떠나 빠찡꼬업계의 대부 정씨에 대한 검찰수사에 쏠려있다. 정씨의 비호세력으로 여야를 가리지않고 정치인들이 다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구체적으로 이름까지 거명되자 정치권은 전전긍긍해 하면서 은밀히 사실파악에 분주한 실정이다.
정치권은 그러나 「검은 돈」의 생리상 빠찡꼬업계의 뭉칫돈은 역시 권력의 주변으로 갔을 것이라고 점차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여서 이 사건 역시 「과거청산」의 일환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씨 3형제가 폭넓은 지면을 사업에 이용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정치인들과 연을 맺었겠지만 로비의 주대상은 물론 검찰·경찰·국세청 등 실무부서라는게 지배적 견해이다. 정치인의 경우 「안전판」 마련의 차원에서 접근했을 것이며 그나마도 대부분은 권력의 핵심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쏠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6공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민자당 의원은 『이번 수사를 맡은 검사가 몇년전에도 수사를 하려고 상당한 준비를 했으나 끝내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비호세력의 존재를 시인했다. 청와대 비서실 출신의 또다른 민자 의원도 『일선기관에서 자기들끼리만 알고 상부에 정부보고를 하지 않는 것 같았으며 조사를 지시해도 「법률상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는 보고만 있었다』며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번에 구속된 정씨는 평소 『정치인들은 알게 되면 오히려 귀찮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사업상 긴요치 않은 정치인들에게는 「의례적 대접」만을 해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빠찡꼬 업계에세도 『정씨의 로비수준은 경찰서 수준』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어 로비의 주요대상이 정치인이 아니라는게 정설처럼 돼있다.
정씨가 별다른 의미없이 알게된 정치인을 마치 자신의 비호세력인양 떠들고 다니며 자신을 과시하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정씨 삼형제중 구속된 덕진씨는 「얼굴마담」격이고 뒷전에서의 은밀한 로비는 모두 동생 덕일씨가 맡아왔기 때문에 덕진씨만을 조사하는 것으로는 정치권 관련부분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접근노력은 로비에 서투른 덕진씨보다는 주로 동생 덕일씨가 담당했고 특히 선거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소문이 정가에 퍼지고 있다.
구속된 덕진씨가 13대 대선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조직인 태림회에 3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 차원의 일이고 당시 사조직을 맡았던 P의원에게 1백억원이 건너갔다는 설이 있다. 또한 14대 대선때도 덕일씨가 모후보 집을 방문,30억원을 협회 이름으로 제공하고 나온뒤 부하들을 모아놓고 『이제는 일이 잘 풀릴거야』라고 말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또 정씨 형제들이 사업보호라는 단속적 의미에서 벗어나 정치인들과 폭넓은 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91년 맏형 덕중씨가 강원도의회에 진출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별달리 내세울 경력이 없는 덕중씨를 강원도내 모관관호텔 사장이란 간판으로 정계에 진출케해주면서 부쩍 정치인들과 교류를 늘렸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어머니를 이북5도민 사회의 유력자로 내세워 선거때 은근히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한 민자당 의원은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야당쪽이라고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정씨 형제들과 연을 맺어온 폭력조직이 전북출신의 L씨,전남출신의 S씨가 거느리고 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적지않은 야당 의원들이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있는 의원은 한사람도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거액의 선거자금 제공설이 퍼지면서 몇몇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측은 『정씨와 깊은 관계에 있는 L씨의 경우 출신은 호남이지만 과거 신민당 창당방해사건과 연루되는 등 5·6공 당시 실제로는 권력의 핵심쪽과 관계가 많았다』며 오히려 이 부분이 정씨측과 권력핵심부를 연결해주는 「고리」라는 주장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안기부로부터 자금을 받아 창당방해사건을 일으킨 이택돈 전 의원과 함께 가담했던 L씨가 자신의 조직을 세우는데 정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면 이게 바로 정씨 배후의 실체를 알려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정씨의 비호세력부분에 대해서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인을 비호세력과 단순한 관계로 구분할만한 잣대도 불분명하려니와 자칫 하다가는 정치권 자체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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