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자 한국일보 「천자춘추」란에 실린 김승희시인의 글 「팥쥐엄마의 모성애」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는 요즘 어머니들의 유형을 네가지로 분류한 시중의 우스갯소리를 소개하면서 『뜨겁고 원색적인 모성애를 가진 엄마들이 팥쥐엄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본능을 끊는 정신문화의 칼이 있어야한다』고 결론짓고 있다.어머니의 네가지 유형은 「밀모」(수단방법 안가리고 자식을 팍팍 밀어주는 엄마),「뛰모」(자녀와 함께 예습·복습·시험공부를 하며 뛰는 엄마),「지모」(공부하는 아이옆에서 독서나 뜨개질을 하며 지켜주는 엄마),「주모」(아이가 공부를 하건말건 주무시는 엄마) 등이다. 김승희씨는 프로이트식 해석에 의하면 「밀로」는 선악을 모르는 이드적 어머니,「뛰모」는 에고적 어머니,「지모」는 거리를 취할줄 아는 슈퍼에고적 어머니이다. 김승희씨는 자신은 「주모」지만 좋아하는 엄마는 「지모」라고 한다.
한 여성이 어떤 어머니가 되는냐는 것은 그의 성격뿐 아니라 성장배경,현재의 상황,인생관 등이 총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특히 한국에서는 극심한 입시지옥과 학력위주의 풍토때문에 어머니들이 자녀에 대해 품고있는 욕구가 극단적으로 분출되기 쉽다. 어머니의 심리적 배경에 어떤 취약점이 있을 경우 모성애를 빙자한 병적인 교육열이 활개를 치게된다.
「밀모」는 가장 극단적인 예로서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상실한채 오직 자녀의 대학입학을 위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어머니들이다. 어머니 자신이 정상이 아닌만큼 그 맹렬한 에너지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밀모」의 에너지는 자녀와 가정과 사회를 어떤 형태로든 파괴시켜 간다.
오늘은 어버이날인데,자녀들이 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있는 어버이들은 자신이 어떤 부모인가를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자기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돌이켜봄으로써 우리는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를 좀더 잘알게 될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부모는 어떤 부모였던가.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좋은 영향,나쁜 영향은 무엇인다. 내가 부모를 존경하고 있다면 무엇때문인가. 내가 부모를 미워하고 있다면,도저히 용서하지 못하여 늘 괴롭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돌이켜보면 부모노릇이 결코 쉽지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모노릇의 점수는 매우 짜다. 좋은 부모가 되는데 성공한다는 것은 인생자체에 성공하는것 만큼이나 힘든지도 모른다. 뜨겁고 원색적인 자식사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생의 선배로서 자녀의 생을 밝혀줄 등불 하나를 손에 쥐어주는 일이야말로 부모노릇의 핵심이고,참다운 자식사랑의 출발이 아닐까.
「밀모」도 「뛰모」도 모두 이 시대의 맹렬한 교육열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맹렬한 교육열이 과연 아이들의 가슴에 인생의 등불을 밝혀주고 있을까. 오늘은 어버이들이 선물을 받는날로 그치지 말고,어버이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였으면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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