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끝내려면서….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애썼던 세월이 아깝지도 않소』5일 하오 6시 서울 성동구 구의동 방지거병원 영안실.
지난달 28일 집을 나간뒤 7일만에 잠실대교밑에서 익사체로 떠오른 월남참전용사 송양정씨(50·서울 서초구 신원동 26의7) 빈소에서는 부인 조정엽씨(36)와 아들 태규군(17) 딸 영임양(14)만이 오열하고 있었다.
송씨는 지난 67년 육군맹호부대 126연대 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베트남중부 퀴논지역에서 부대원 전원이 몰살당한 충격때문에 정신분열증세로 시달려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씨는 비행기 소리만 들려도 『나를 잡으러 온다』며 몸을 숨기고 지나가는 자동차소리에도 도망가곤 했었다.
전남 고흥에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송씨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월남에 갔었다. 그러나 얻은것은 정신분열증세 뿐이었다.
귀국후 대구국군통합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잠시 증세가 호전된 송씨는 74년에 퇴원한뒤 76년에 결혼했다.
리어카를 끌며 생선·야채장사 등 닥치는대로 일하며 착실히 저축,84년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산동네에 결혼 8년만에 방 3칸짜리 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방 한칸을 세주었다가 세든 아가씨가 연탄가스로 숨지는 바람에 보상해 주느라 재산을 모두 날렸다.
송씨의 정신분열증세는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다.
부인 조씨는 청와대 등에 탄원했으나 『그렇게 사는 사람이 당신네들 뿐이냐』는 대답뿐이었다.
부인 조씨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리의 처지를 상상조차 못하는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싸웠다면 그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자유의 십자군」에서 「역사의 고아」가 돼버린 월남참전자들의 고통을 대변했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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