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계인사가 전달”/기소 검사/합의된 벌금 6만불 부과없이 19만불만 몰수/20분만에 끝나… 노씨 부부 보도진 피해 퇴정5일 열린 노소영(32) 최태원씨(34) 부부의 19만여달러 위장분산 예치사건 선고공판은 한국기자들 20여명의 취재경쟁과 노씨 부부의 술래잡기식 기자피하기속에 20분만에 끝났다.
○…최씨 부부의 재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마이클 지글러 검사의 한국정부 인사개입 발언.
이 얘기는 지나가는 말처럼 흘러나와 기자들이 일순 당황했으나 재판에 입회했던 전 캘리포니아주 검사 스탠리 쿡 변호사가 받아쓴 속기록에서 검사의 명확한 발언내용을 확인.
이 내용은 이날 재판이 최씨 부부의 19만여달러 밀반입과 위장분산 예금행위를 다루는 것이어서 재판 당사자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채 일회성 언급으로 지나쳤던 것.
재판이 끝난뒤 지글러 검사는 한국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이 이어지자 뒤늦게 발언의 중요성을 인식한듯 『내가 정확히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속시원한 긍정도,부정도 아닌 어정쩡한 대답으로 후퇴.
그는 『스위스은행 계좌명의는 누구이며 미국에 돈을 반입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시종 『노코멘트』로 일관.
○“스위스은행서 인출”
○…지글러 연방검사는 문제의 19만여달러가 『스위스은행의 다발묶음으로 묶여있었기 때문에 스위스은행에서 인출된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
지글러 검사는 이어 『그돈의 소스(source)는 한국 정계에 있는 정부와 관련된 사람』이라는 장황한 표현으로 정부 인사개입 사실을 공개한뒤 『그러나(피고인들로부터) 어떻게 그 돈이 모아졌는지,왜 신고를 않고 미국으로 반입했는지에 대해서는 해명이 없었다』고 부연.
이날 재판에서 최씨 부부에 대한 기소내용중 밀반입 부분이 판사에 의해 인정되지 않은 사실로 미루어 「정부인사」로 지칭된 제3자에 의해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직접 현금이 반입된뒤 미국에서 직접 최씨 부부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판결해석싸고 논란
○…이날 제임스 웨어 연방판사가 내린 판결이 「집행유예」인가,「선고유예」인가를 놓고 기자들과 현지 한국인 변호사 등이 한동안 논란. 이는 한국과 미국의 법제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판결을 직역할 경우 「선고를 유보한 1년기간의 집행유예」라는 애매한 내용이 되는 것.
한국식 법률용어로 집행유예는 형량을 선고한뒤 일정기간 집행을 연기하는데 이 기간에 범법행위를 하면 즉시 수감돼 이미 선고된 형집행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선고유예는 형량선고없이 선고행위 자체를 일정기간 유보하는 것. 따라서 선고유예기간에 범법행위를 하면 다시 재판을 통해 형량을 선고받고 집행되게 된다.
최씨 부부 재판의 경우는 벌금을 부과치 않기로 「판결」이 내려진데다 기존의 번역관행에 따라 일단 「집행유예」로 표기키로 결론.
그러나 1년안에 이들이 범법행위를 한다면 새로 체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어 사실상 내용상으로는 한국의 선고유예에 가깝다는 분석.
○…재판에서 웨어 판사가 이례적으로 가벼운 판결을 내리자 지글러 검사는 『벌금조차 부과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력하게 항변.
웨어 판사는 검사가 『피고인들과 3만달러씩의 벌금부과에 합의해 이를 집행유예와 함께 청원한 사실이 있음』을 들어 계속 불만을 토로하자 『청원내용이 판결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
웨어 판사는 이어 『최 피고인의 행위는 단지 알려지는 것을 피해 돈을 분산예치했을뿐 다른 범죄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며 최씨는 전과도 없을뿐 아니라 매우 모범적인 생활인』이라고 옹호.
판사는 또 『최 피고인은 이미 19만여달러의 몰수에다 사회적 곤경만으로도 충분히 잘못한 대가를 치렀다』고 부연. 최씨 부부는 당초 검찰과 「유죄인정합의」를 하면서 집행유예 3년과 각 3만달러씩 6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던 것.
○…최씨 부부는 20여분간 진행된 재판내내 법정 중앙 피고인석에 나란히 선채 담담한 표정으로 판사와 검사의 논전을 경청.
이날 최태원씨는 감색정장,노소영씨는 옅은 갈색상의와 바지를 입었는데 전체적으로 소박한 차림새.
두사람 모두 손질을 하지 않은듯한 부스스한 느낌의 머리의 얼굴모습으로 다소 지치고 피곤한듯한 인상.
○…최씨 부부는 법정밖에 대기하던 특파원들과 현지 교포언론기자 등 20여명의 보도진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
이들은 출두 예정시간인 상오 9시를 훨씬 지나 도착한뒤 정문 현관을 피해 뒷문으로 개정시간 직전인 9시40분께 입정.
이들이 10시께 재판이 끝난뒤 변호사 2명에 둘러싸여 총총히 법정을 빠져나갈 때는 법원 보안관들이 기자들의 접근을 몸으로 차단.
최씨 부부는 법원 쌍둥이 건물 사이의 육교를 몇차례 왕래,기자들을 따돌린뒤 변호사 2명과 함께 황급히 뒷문 주차장에 세워진 회색 캐딜락승용차에 동승해 법원을 떠났다.<샌호제이=이준희특파원>샌호제이=이준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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