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입 달러로 환산하면/1% 절상에 연 10억불 무역순익「엔고는 흑자를 낳고,흑자는 엔고를 초래한다」 일본경제의 묘한 순환논리다.
지난해 일본은 1천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고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 주요원인중의 하나가 「엔고」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엔화 절상에 따라 달러화 표시 수출금액은 늘어난 반면 수입가격은 줄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중 달러화 기준은 전체의 60%였으나 수입은 80%를 넘었다.
엔화는 최근 계속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12일 달러당 1백20엔선을 깨뜨린후 10일후에는 1백16엔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1백10엔선을 전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하순에도 급격한 엔고가 진행됐었다.
다유럽통화제도(EMS) 혼란에 따라 핫머니(국제투기자금)가 엔화로 긴급 도피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엔고의 가장 큰이유는 일본의 과도한 「흑자」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 못한다.
흑자와 엔고가 서로 꼬리를 물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요인이 더 먼저인가.
미국 클린턴 정부는 엔고를 바라고 있다. 최근 엔화폭등에 불을 붙인 것은 지난 2월20일 벤슨 미 재무장관의 『강한 엔화가 바람직하다』라는 발언이었다.
미국 신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버거스턴 미 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일본의 무역수지흑자 시정을 위해서는 달러당 1백10엔 정도가 적정하다』고까지 강조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엔고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초 유럽공동체(EC)의 유럽의회는 엔화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엔고에 의한 일본의 무역수지흑자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으로서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일본과의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엔고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은 과거 실패의 경험이 있다. 지난 85년 플라자합의에 의해 엔화는 그후 1년간 달러당 1백엔 정도까지 폭등했으나 성과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달러화 하락이 없는 엔화만의 상승이다.
엔고가 진행되면 달러는 약세를 보이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지만,최근 경우는 달러가 독일 마르크화 등 다른 통화에 대해서는 안정상태를 보이고 있어 전체적으로 볼 경우 달러 약세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를 부추기기 위해 엔고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즉,최근 엔고의 특징은 일본의 과도한 흑자를 배경으로 한 「엔화 독보고」인 형태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는 엔고가 무역수지 흑자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엔고 압력에 대한 반박이다.
일본 대장성은 최근 엔고가 1% 진행될 경우 일본의 무역흑자는 연간 10억달러 정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장성은 92년의 국제수지 통계를 기초로 수출입액중 엔화기준 부분의 달러 환산액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계산했다.
92년중 수출은 약 3천3백억달러,수입은 약 2천억달러로 엔화기준 비율은 수출이 40%,수입은 17%였다.
때문에 1%의 엔고가 진행될 경우 엔화부분의 수출액은 달러기준으로 13억2천만달러가 증가하는 반면 수입액은 3억4천만달러 밖에 늘어나지 않아 그 차액인 흑자는 9억8천만달러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대장성은 또 『지난 85년의 플라자합의 이후를 보더라도 급격히 엔고가 진행됐을 때에는 흑자가 크게 확대됐으며 오히려 엔화가 하락했을 경우 흑자는 줄어들었다는 기묘한 현상을 보였다』고 지적,엔고가 흑자감소를 위한 즉효약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와함께 급격한 엔고는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전세계가 요구하고 있는 일본의 내수확대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기획청은 10%의 엔고가 진행될 경우 일본의 실질 GNP(국민총생산)는 연간 0.48% 떨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10엔의 엔고는 실질 GNP 성장률을 0.1∼0.6%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엔화는 앞으로 그 정도와 속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 일본의 흑자가 당분간 쉽게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거의 이견이 없다.
때문에 서로 물고 물리는 구조속에서 어느 요인이 더 먼저냐는 점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일본정부도 세계 각국도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축소를 위해서는 일본의 내수확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내수확대가 어려운 일본경제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86년부터 「내수확대」를 외쳐왔지만 그 외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또 『일본의 관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고 강조하면서 매년 「수입확대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지만 세계가 한목소리로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잘 알 수 있다.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2% 높아져도 수입확대 효과는 4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정부의 3%대나 「희망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 국민들은 불황으로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지난해말 현재 세대당 평균 1천1백87만엔의 저축액을 갖고 있다.
전년에 비해 5.2%가 늘었다. 일본은 「소비가 미덕」인 사회는 아닌 것이다.<동경=이상호특파원>동경=이상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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