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현장감사가 시작된 3일 상오 10시55분 주무국인 감사원 2국장실.현장 감사관들의 끊임없는 전화연락,두툼한 보고서류를 한아름씩 챙겨든 과장들의 쉴틈없는 보고·결재대기….
흡사 개전을 앞둔 군상황실을 방불케 한다.
이날 상오 2국장실의 모습은 감사원내 어느 부서보다 긴장된 분위기였다.
새정부 출범이후 파죽의 개혁속에 감사관들은 연일 야근·특근·출장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신들이 개혁의 선봉장이라는 사명의식 때문인듯 신바람에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성역없는 사정」을 수차 강조한 이회창 감사원장의 취임사를 역대 원장들의 의례적인 「인사말」정도로 생각했던 일부 감사관들도 이 원장 취임이후 두달여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개혁과 사정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다.
감사원은 그동안 특감 등 80여건의 감사를 통해 장기오 은행감독원 부원장 등의 금품수수를 적발한 것은 물론 사정의 대상에서 성역시 돼왔던 청와대에 대해서도 22년만에 첫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관들은 스스로도 놀라는 감사원의 달라진 위상을 모두 이 원장의 외풍막이역할과 강직한 자세에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장이 외풍을 모두 막아준다』는 말은 만나는 감사관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다.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사정의 사전조율에 대해 검찰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비해 감사원에선 『비리가 나오면 가차없다』는 말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즐겨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의 이같은 자신감은 이미 행정기관에 만연돼있던 무사안일이나 보신주의를 바로잡는 부수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쪽법관」으로 불리던 이 원장의 취임이후 감사원은 명실상부한 사정의 중추로 떠올랐다.
불과 몇년전 치부를 드러냈던 이문옥 전 감사관의 양심선언 당시와 비교해볼 때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달라진 감사원의 위상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찾은 것은 아니다. 개혁과 사정바람속에 외부에서 주어진 환경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감사원의 앞으로의 위상은 율곡사업 감사결과에 따라 가늠되어질 것이고 2국장실은 「율곡 특감」이 끝날 때까지 시끄러운 사무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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