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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비 도입 연결고리 역할/「율곡사업」관련 무기중개상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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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장비 도입 연결고리 역할/「율곡사업」관련 무기중개상 정체

입력
199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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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1백여곳… 인맥중심 활동/수수료 제한불구 「밑거래」 성행한국의 무기중개상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주수입원인 커미션(리베이트·거래알선수수료)은 얼마나 되나.

최근 율곡사업(군전력증강 사업)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제기되면서 군장비도입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무기중개상,일명 에이전트들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든 수출입업체가 그렇듯 무기거래를 중개하는 에이전트도 무역대리점 허가를 받아야 활동할 수 있는데 현재 국방부 조달업체로 등록된 무기중개상은 67개. 이밖에 종합상사를 비롯,모든 수출입업을 할 수 있는 소위 갑류무역업 허가업체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맥도널 더글러스(MD)나 제너럴 다이나믹스(GD)·노드롭·록히드 등 세계적인 군수회사들은 한국지사를 설립,국내무기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어 실제로 무기중개를 하고 있는 국내업체의 수는 1백여곳에 이른다.

이들 무기중개상은 크게는 전투기와 헬리콥터 미사일 전함 수송기 대공포 레이다 등으로부터 작게는 각종 부속품과 낙하산까지 외국산 군수장비는 거의 모두 취급한다.

무기중개를 위해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은 대부분 예비역 장교출신들로 대령이나 중령출신들이 많고 거의 전부가 사관학교 출신들이다. 장성급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대형 프로젝트가 나오면 예비역 장성을 고문이나 상담역으로 영입하기도 한다. 또 현역군인은 육군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에이전트들은 육·해·공군의 비율이 엇비슷할 정도로 해·공군의 비중이 높다.

40대 초반이전에 군문을 나서야 에이전트로 활동할 수 있고,사관학교 출신들은 기수가 엄격하고 선후배들이 요직에 포진하고 있어 활동하기가 유리하다. 그래서 비사관학교 출신은 에이전트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해·공군의 비중이 높은 것은 율곡사업이 주한미군의 철수에 대비,해·공군장비의 현대화에 비중을 뒀기 때문.

국방부 조달업체로 등록된 무기중개상 가운데 비교적 큰 에이전트로 꼽히는 K사의 경우 회장은 예비역 육군대령 L씨(육사 13기),사장은 예비역 해군대령 N씨(해사 10기)가 맡고 있다. 또 최근 중형수송기사업 중개에 성공,업계를 놀라게한 또 다른 K사의 경우 회장과 사장은 민간인이고 예비역 공군대령인 Y씨가 부사장으로 에이전트역을 맡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KFP(차세대 전투기사업)를 놓고 각축을 벌였던 GD와 MD의 경우 한국지사에 각각 예비역 공군준장인 P씨와 S씨를 고문으로 고용하고 있다가 경쟁이 치열해지자 또 다른 예비역 공군장성 출신을 추가로 스카우트 하기도 했다.

GD의 경우 KFP에서 FA18이 선정될 것이란 루머가 돈 89년 6월 다급한 나머지 주한 미 7공군사령관을 역임한 미공군 예비역대장 그레고리씨를 영입,한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에이전트들은 율곡사업을 관장하는 국방부가 구입을 추진하는 무기의 종류 등 정보를 입수하면 곧장 해당무기의 생산업체와 접촉,에이전트 계약을 맺는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거꾸로 외국의 군수업체에서 먼저 정보를 입수,유능한 국내 에이전트를 선정하기도 한다. 에이전트들은 일단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고나면 무기를 사용할 군과 접촉한다.

예를들어 전투기는 공군과 접촉하고 보병용 지대공 미사일은 육군과,대잠함 초계기는 해군과 각각 접촉해 상담과 로비를 병행한다.

무기구매 요청시 성능조건(ROC)을 작성하는 곳이 바로 해당무기를 쓸 군이고 여기서 우수하다고 판단되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합참과 국방부에서 열리는 무기획득심의위원회와 전력증강위원회에서 자신들이 알선하는 무기가 채택되도록 뛰어 다닌다.

합참에서는 작전목적을 위주로 심의하므로 큰 비중을 두지 않지만 국방부는 문자 그대로 「칼자루」를 쥐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므로 이들의 핵심적인 타겟포인트가 된다.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이 알선한 무기구매가 결정되면 생산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는데 커미션의 규모는 당초 생산업체와 맺은 에이전트 계약에 따라 다르고 무기구입 규모에 의해서도 천차만별이다.

특이한 것은 비밀장비로 분류돼 민간군수업체가 마음대로 거래할 수 없는 무기는 FMS(정부대 정부간 거래계약)라 하여 커미션이 없고 정부와 민간군수업체가 구입계약을 맺는 상용계약에 한해 「거래대금의 몇%」식으로 커미션을 받게 된다.

국방부에서 인정하는 커미션은 「구매금액의 2% 또는 4백만달러 중에서 큰 금액」으로 제한,최고 4백만달러를 넘을 수 없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금액이고 「밑거래」는 당사자끼리만 안다. 통상 무기거래에 따른 커미션은 거래규모가 클 경우에는 1% 미만에 그칠 때도 있고 경쟁이 치열할 경우 3∼5%로 이면계약을 따로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이전트들은 거래조건이 까다롭고 정부간섭이 심한 미국무기보다 커미션이 높고 FMS도 없어 전부가 상용계약으로 이루어지는 유럽무기 알선을 선호하고 있다.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해당무기의 선전뿐만 아니라 거래조건에서도 생산업체와 구매자(국방부)간의 협상 중개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생산업체에 유리하게(우리 정부에는 불리하게) 거래조건을 성사시키느냐가 이들의 능력으로 판가름난다.

율곡사업에 대한 정부의 감사가 초점을 맞춰야할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박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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