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계속된 김종필 민자·이기택 민주 양당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김영삼정부가 추진중인 부정부패 척결대개혁 작업에 대한 여야의 견해가 드러났다. 여야가 대개혁의 원칙과 당위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개혁의 방식과 대상범위의 설정 등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보인 것은 매우 흥미롭다.우선 여야는 비리척결의 시간적 범위와 대상을 보는 눈이 대조적이다. 민자당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여 부정과 배척과 보복으로 얼룩진 역사를 단절해야 한다는데는 찬성하나 『지난날에 발이 묶여 앞으로 달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김영삼정부가 참된 개혁의 길을 갈 때에는 비판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라면서도 현재와 같이 기준과 원칙이 없는 개혁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이 특이하다. 또 개혁의 시간성과 범위도 성역없는 과거청산,즉 전 정권 때의 권력형 각종 비리의 규명·청산을 내세우며 6공 청문회 등을 제기하고 있어 앞으로 정치권의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여당이 정치개혁 없이는 다른 모든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돈 안드는 선거와 깨끗한 정치풍토의 조성을 위해 각종 선거법 정당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크게 손질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은 이해할만하다.
또 지나친 과거들추기로 부작용과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보다 「국민적 안정」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개혁을 강조하면서 정치제도의 대대적 수술·보완을 내세우는 것 역시 그 나름의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뭐라해도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할 때다. 썩고 곪은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고 들어낸 뒤에 치료를 해서 완치,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회가 입법기관으로서 개혁과업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지난 30여년간 군출신 정부하에서 저질러지고 쌓인 온갖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는데 나서고 있는 만큼 국회도 활발한 의정활동을 통해 각분야의 먼지털기에 공조 동참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국정을 이끌고 견제해야할 정치권,특히 여당이 비리척결에 정부보다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의 부정척결 방안은 시원하고 매우 단호한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개혁을 방해,좌절시키려는 수구세력에 대처하기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고 또 6공 청문회를 성사시켜 전 정권때의 모든 부정을 규명하자는 의도 등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은 어디까지나 혁명적 상황이 아닌 문민시대의 개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물론 우리는 필요할 경우 또 국민 대다수가 원할 경우 철저한 비리규명을 위해 국조권 발동과 6공 청문회를 열 수도 있다고 인정하나,당장 이것 저것 건드리는 무책임보다는 정부쪽의 개혁노력을 편달하고 뒷받침하는 자세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부정부패 근절과 개혁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서는 여와 야가 따로 있어서는 안된다는게 우리의 기본 생각이다. 대중의 인기만을 생각하는 과격한 방안 일변도의 개혁도 경계해야 마땅하지만 소극적이고 방관적인 자세 또한 단호히 고쳐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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