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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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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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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다. 청소년의 달은 싱싱하다. 신록처럼 파릇한 계절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5월의 왕자는 역시 어린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새싹들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희망과 사랑이 담긴 여러가지 잔치가 마련되고 있다. 집단들이 가족잔치 음악회 탈춤 야영대회 등 내용이 다채롭다. 하지만 행사위주의 프로그램이 어딘가 허전하다. ◆올해는 「책의 해」이다. 그 많은 청소년 행사중 독서와 연계되는 것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해마다 벌어지는 법석만 그대로이고 메뉴의 변경이 없다. 딱 부러지게 청소년들의 가슴에 새겨줄만한 특징이 안보인다. 책의 해와 어린이날이 물과 기름같이 따로 논다. 어른들의 무신경이 새삼 놀랍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망각하고 있다. ◆독서환경부터가 한심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서울시내 4백90개 국민학교 가운데 도서실이 있는 학교는 3백21개교로 전체의 65% 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비치된 책도 신간은 별로 없고 발간 5∼10년이나 된 고본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중엔 지난 88년 고시한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에 맞지 않는 것도 있다니 저절로 낯이 뜨겁다. 어린이들이 틈만나면 만화가게로 달려가는 까닭을 알만하다. ◆그나마 학교 도서실의 예산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학교 예산엔 이런 항목조차 들어있지 않다. 모자라는 돈을 쓰고 혹시 남으면 새로 책을 사들일 정도이니 유명무실이 어떤가 짐작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독서교육이란 말을 입에 담기가 거북할 따름이다. 학교가 이런데 가정에서도 크게 관심을 안보이니 독서는 저절로 뒷전에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을 들뜨게 하는 행사를 줄이고 내실에 눈을 돌릴만하다. 어린이 날 선물로 책 한권을 건네주는 이해와 관심이 있다면 책의 해와 어린이 날의 뜻이 한결 달라질 것이 아닌가.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독서교육은 어려서 익혀야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가까이하게 된다. 책의 해에 맞는 어린이날의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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