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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 직업교육(고교 교육을 살리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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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고 직업교육(고교 교육을 살리자:12)

입력
199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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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밀려 “겉핥기 수업”/위탁훈련도 실습 기자재도 태부족/이론위주 공부만… 취업지도 어려움우리나라 교교 교육구조는 지나친 대학진학 선호경향에 따라 일반계 고교(인문고)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재수생 누증과 비진학 청소년의 탈선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해마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50만명 이상의 일반계 고교 졸업자들의 진로문제는 산업발전에 필요한 기술인력공급이라는 교육의 기본적인 역할수행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70년에 55대 45이던 일반고와 실업고의 학생수 비율이 81년에는 59대 41로,90년에는 68대 32로 벌어졌다.

실업계 고교의 수용능력도 크게 모자라 해마다 본의 아니게 일반계 고교에 진학,의미없는 고교생활을 보내는 학생도 10만명을 넘는다.

이들은 대학진학보다 취업을 희망했던 학생들이지만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는 바람에 취업에 필요한 적절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3년을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일반계 고교에도 직업과정을 두어 비진학 예정자들에게 직업교육을 시키도록 하고 있으나 실험실습 등을 위한 교육여건이 미흡,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장기적으로 일반계 위주의 고교 교육체제를 개혁,맹목적인 대학진학 욕구를 완화시키고 산업체의 기능인력난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전국 1천96개 일반계 고교중 2백9개교만이 직업과정을 설치하고 있으며 그나마 시설여건 등이 매우 열악한 형편이다.

일반계 고교에서의 직업과정은 자체 교육과 기업체,사설학원 등 타교육기관에의 위탁교육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일자리 제한받아

일반계 고요의 자체 직업교육은 실업계 고교와 판이하게 다르다. 실업고는 1학년부터 전문과정에 들어가지만 일반계고 취업반은 빨라야 2학년부터 전문과정에 입문,시간이 부족해 요점위주로 집중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열악한 교육여건속에서도 일반계고 직업반 출신학생들의 취업전망은 밝은 편이다.

서울 강동고의 경우 3학년에 한해 위탁교육반 1개반(43명)과 자체교육반 2개반(90명)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교육반은 야간인 강동전자고의 시설을 이용,주당 12시간에 걸쳐 전자과목을 수업하고 주당 6시간의 실기시간도 갖고 있어 다른 학교에 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이 학교 도연호교감(60)은 『지난 2월 졸업생 전원이 취업,일반계고에 직업반을 개설한 보람을 느꼈다』며 『일반계 고교에서 직업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실습기자재 확충 등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K고의 경우 취업반 남학생 28명,여학생 19명 등 1개반 47명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처리반이라 불리는 이 반의 교과과정은 12과목으로 일반과목은 국어·영어·윤리·교련 등 4과목. 취업과목은 타자·전자계산일반·경영대요·전자계산기 실무 등 8과목을 배우고 1주일에 평균 10시간 정도의 실습을 하고 있다.

실습기재로는 컴퓨터 XT­16bit 30대 등으로 충분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정원 47명에 취업을 희망한 27명 전원이 취업,학교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취업전망이 밝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 비해 여유있는 고교생활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취업반 운영에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무조건적인 대학진학욕구로 취업반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임종철 취업담당 교사는 『각 기업체에서 판매직이나 관리직 등 단순한 사무직을 찾는 경우가 많아 취업지도에 애로가 많다』며 『정보처리기능사 2급이나 워드프로세서 검정시험(3급) 합격자들까지 일자리를 못찾아 사무일반,판매직 등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계고인 S여고는 2,3학년에 1개반씩 취업반이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취업하려는 경우와 산업체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이 절반씩이다.

산업체 특별전형을 통해 진학하고자하는 학생들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취업반에서 공부한다. 이 학교는 지난 84학년 직업과정 시범학교로 지정된뒤 전산실 등 시설이 좋아져 취업률이 거의 1백%에 이르고 있다.

대학진학을 위해 취업반에 든 학생들은 산업체 특별전형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 1년 정도는 재수해야 한다.

산업체 특별전형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산업체에서 6개월이상 근무경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인 배출해야

취업반 담임교사 박성규씨(47)는 『취업반 운영이 활성화되면서 성과도 좋아지자 대학진학을 포기,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반계 고교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되려면 비진학생에 대한 사회진출 준비교육으로 직업·기술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반계 고교의 직업교육과 기술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직업과정을 설치하는 학교에 대해 시설비를 지원하는 동시에 위탁교육의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실업계 고교의 수용능력을 확대,일반계 고교의 직업교육 수요를 점차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방안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고교교육이 정상화되고 졸업생의 과반수가 탈락하는 대학진학의 「병목현상」이 해소되는 동시에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고졸 기능인력 배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김현수·장인철·여동근·남경욱·이진동·현상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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