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녀공학을 하는 많은 고등학교들은 요즘 내신성적 평가를 남녀별로 분리할 것이냐 통합할 것이냐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여자 이과반에서는 남녀 분리평가가 여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으며,올해부터 시행될 새 대입제도에서 내신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불이익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서울 강남에 있는 K고등학교의 여자 이과반 학부모들은 『남녀학생의 내신을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발표했는데,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아들 선호로 남녀 인구비율이 깨져서 그 학교 2학년의 경우 남학생이 10반(문과반 4·이과반 6) 여학생 5반(문과반 4·이과반 1)이다. 그 학교는 내신을 계열별·남녀별로 관리하고 있으므로 학생이 3백명이 넘는 남자 이과반에서는 1등급(상위 3% 이내)이 10명 나오지만,학생이 57명인 여자 이과반에서는 겨우 1명이 1등급을 받는다. 여자 이과반의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여학생 이과반은 수가 적지만 평균성적은 남학생반보다 높다. 얼마전 시행한 수학능력평가시험에서 여자 이과반 40등의 점수가 남학생반의 18등 성적과 같았던 예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성적이 비슷한 이과반 여학생과 남학생의 내신이 5∼7등급 차이가 나고,대학입시에서의 점수로 환산하면 12.5점∼17.5점이나 된다. 그러니 남녀공학의 여자 이과반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반 학생 57명중 46%가 문과반으로 옮기거나 남녀공학 아닌 여학교로 전학할 것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남녀공학 고교들은 『남녀를 별개의 계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교육청 지침에 따라 대부분 내신을 남녀별로 분리하여 관리하고 있다. 남녀학생의 숫자가 비슷한 문과반은 별 문제가 없지만,이과반의 사정은 심각하다. 현대고등학교 등은 이런 문제가 드러나자 남녀학생의 내신을 통합평가로 바꿨으나,절대다수의 학교들은 계속 망설이고 있다. 망설이는 이유는 이과반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많고,남학생의 학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이과반 여학생들」과 내신을 통합하여 자기 아들이 손해보는 것을 절대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교장선생님의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교장선생님은 우리 여학생 학부모들에게 남학생 학부모들의 찬성서명을 받아오라고 미루고 있다. 아들 가진 부모와 딸 가진 부모가 팽팽하게 맞서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여학생들에게 어떤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동등한 조건에서 남학생과 겨루게 해달라는 것인데,왜 남학생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가』라고 한 여학생의 어머니는 항의한다.
이 갈등은 아무래도 교육청이 풀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고,미룰 문제는 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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