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와 직결… 제도적 지원시급『말을 물가까지 끌고갈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수는 없다』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제조업 현장의 품질관리(QC) 분임조 활동이 지난 5년새 거의 절반수준으로 급격히 위축된 채 도무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인 산업경쟁력 강화 노력에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최근 몇년새 두드러지게 줄어들고 있음을 반영한다.
한 나라의 산업경쟁력은 궁긍적으로 산업현장 근로자 하나하나의 생산성 수준에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산업경쟁력 제고시책은 그저 말을 물가로 끌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그동안 시행한 산업인력 양성,공장입지난 해소,사회간접시설 확충 등 경쟁력 강화시책이나 설비자금 확대지원,행정규제 완화,중기구조개선 사업 등 신경제의 핵심정책은 두말할 것 없이 절실한 애로 타개책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시책들은 기업의 외부적인 활동여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차원일 뿐이다. 산업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기업 내부적인 소프트웨어,다시말해 근로자 각자의 신바람나게 일하고 현장애로 개선에 애착을 갖도록 하는 데는 어떤 제도장치나 지원의지가 제시된 적이 아직 없다.
모처럼 되살아난 국민 모두가 다시 뛰려는 의욕,엔고 등 현저히 좋아진 국제경제 여건 등 우리 경제를 되살릴 번쩍이는 「구슬」이 널려 있어도 산업현장 근로자들이 이를 「보배」로 꿰지 못하는 시행착오가 우려되는 것이다.
상공자원부와 공업진흥청에 따르면 전국 산업현장의 QC활동은 지난 87년 9만8천여개 분임조에 근로자 1백24만여명이 참여했으나,지난해말에는 8만5천여개 78만4천여명에 그쳐 5년새 참가인원이 거의 절반가까이 줄어드는 와해양상을 나타냈다.
QC활동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87년이후 노조 활동이 활성화된 가운데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과외근무를 기피하고 작업열의가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근로기강이 이완되는 추세와 맞물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또 수출검사불량률이 지난 90년 무려 6.1%로 일본 대만 등 경쟁국의 3∼4배 수준에 이를 만큼 근로자들의 일에 대한 애착이 느슨해 진 것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소위 실적보고용 「관제」 분임조 활동이 민주화추세를 맞아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작업의욕과 근로기강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고선 산업경쟁력이나 기업활력의 근본적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특히 신경제건설을 강조하는 정부가 QC분임활동의 활성화에 눈을 돌리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강의 산업경쟁력을 자랑하는 일본은 91년말 현재 전국 제조업현장에서 74만4천여개 QC분임조가 결성돼 근로자 5백50만여명이 생산성 향상,공정개선 활동을 눈부시게 전개중이다.
정부는 QC활동 위축이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지난해부터 생산직 근로자중심의 QC(품질관리) 체계를 경영층과 관리직까지 포함하는 QM(품질경영) 운동으로 전환하는 등 긴급대응에 나섰으나 아직 사태를 호전시키지 못한 실정이다.
공진청 관계자는 『신경제 5개년계획 기본지침에 QC활동에 관련된 내용은 눈을 닦고도 볼 수 없는 데다 수백만 근로자의 QC활동 지원예산이 올해 연간 겨우 17억원일 정도로 철저히 무관심속에 던져진상태』라고 말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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