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불만 촉발 내전종식 의도/서방 반감만 증폭 실효 의문시/발칸 전역 전쟁비화 우려… 군사개입 소극적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로 구성된 신 유고연방에 대한 유엔의 추가징계가 27일 하오 1시(한국시간)를 기해 발효됐다.
국제사회가 유엔의 이름으로 특정국가에 가한 제재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되는 이번 징계는 일견 외곽 때리기의 인상을 준다. 내전 당사자인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가 아닌 신 유고연방에 대한 제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유엔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세르비아공화국은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에 말발이 먹혀드는 유일한 존재이자 세르비아계의 무기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유엔의 추가제재는 지난해 5월의 안보리 제재보다 훨씬 가혹하다. 지난해엔 없었던 세르비아의 해외자산동결과 육로는 물론 수로 항공로 등 신 유고연방으로 연결된 모든 수송로의 차단이 이번 제재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여기에 덧붙여 신 유고연방에서의 자국인의 사업활동을 전면 동결하고 미국 선박에 대해서까지 영해진입을 금지했다. 또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어떤 운송수단도 검색할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부여했다.
국제사회의 유고 목조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유엔안보리 제재위원회는 신 유고연방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를 실행에 옮기기위한 31개항의 세부지침안을 논의중이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16개국 군사지도자들은 27일 브뤼셀에서 회동한데 이어 28일에는 동유럽 20여개국의 군사지도들과 회담을 갖고 유고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국제사회는 나름대로 단호한 입장을 과시했지만 문제는 유엔의 추가제재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에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실시된 유엔의 금수조치로 신 유고연방의 경제는 지금도 휘청거리고 있다. 심각한 물자부족과 함께 2백30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했으며 화폐가치의 폭락과 천문학적인 인플레가 경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따라서 유엔의 추가제재는 벼랑끝에 선 유고경제를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트릴 수 있다. 서방의 의도는 이같은 경제파탄으로 세르비아 국민들의 불만을 폭발시켜 종전쪽으로 국면을 몰고 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제재 무용론자들은 지금까지 유엔이 가한 어떤 경제제재도 성공한 적이 없음을 근거로 댄다. 이라크,쿠바,북한 등이 그 본보기다. 이들은 유엔의 가혹한 제재가 전쟁을 끝내기는 커녕 세르비아인들의 서방에 대한 악감을 증폭시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방이야 팔장을 끼고 앉아 시들어가는 유고경제가 발칸의 평화를 꽃피우는 거름이 되기를 원하겠지만 그 어떤 외부의 압력도 유고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하지 못할게 뻔한 이상 이는 무책임하고 무익한 세월보내기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의 제재가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사태는 훨씬 복잡하게 꼬여들 개연성이 높다. 병세가 악화될수록 투약단위가 높아지듯 제재실패는 더욱 강경한 대응만을 선택으로 남겨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고사태해결을 위해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습과 세르비아와 싸우고 있는 보스니아 회교도에 대한 무기지원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렇지만 공습을 하더라도 몇군데의 전략거점을 두들기는 식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게 저눈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치려면 제대로 쳐야 하는데 미국은 물론 어떤 서방국가도 대대적인 공습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전쟁이 발칸반도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3차대전으로 비화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방안인 회교도에 대한 무기금수해제는 내전악화를 이유로 공습 이상으로 유럽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는 선택이다. 제재강화의 낚싯줄을 던져놓은 서방은 배고픈 세르비아가 입질을 해주기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홍혜곤기자>홍혜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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