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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내다버리기(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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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내다버리기(장명수칼럼)

입력
1993.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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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을 앓던 김아지할머니(81)가 지난 20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 있는 한 아파트계단 입구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대구에 살고 있는 그의 아들(52)과 손자(20)를 존속유기 살해혐의로 구속했는데,그들은 흥신소 직원에게 1백20만원을 주고 할머니를 낯선 동네에 버려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그들이 할머니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간병에 지쳐서 할머니를 행려병자보호시설로 보내려고 사람들 눈에 잘띄는 장소에 버리게 했다고 말했다. 자식이 있든 없든 의탁할 곳이 마땅치 않은 병든 노인들을 받아주는 보호시설이 있다면,그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에게 버림받아 객사하는 마지막 불행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의 노인문제를 냉정하게 직시할 때 가정에서 가족의 보호아래 살면서 정신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는 노인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를 자녀의 불효로만 돌리는 것은 불합리하다. 가족제도가 날로 핵가족화하고,주택구조 역시 핵가족에 맞도록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봉양만은 구시대적인 「효도」로 해결하려는 사회정책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무료양로원이 있고 유료양로원도 있지만,자녀가 부모를 양로원에 유기하는 풍조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보이지 않는 전제를 깔고 있다. 자녀와 함게 사는 것이 힘들어서 차라리 양로원에 가고 싶어하는 노인들이 많고,양로원 중에는 수용능력에 여유가 있는 곳도 있으나,규정상 자녀가 있는 노인은 무료양로원에 들어갈 수 없다. 자녀의 학대로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가 경찰에 발견되어 보호시설로 들어간 노인들은 대부분 본명을 끝까지 숨기는데,자녀가 있는 것이 알려지면 보호시설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서울에서 84세의 권개이할머니가 「내 방을 손자의 공부방으로 쓰게 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11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는 27평짜리 아파트에서 아들 가족과 함께 살았는데,중고생인 두손자가 한방을 쓰며 불편해하는 것을 가슴아파했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기 자신을 손자의 공부방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백만명으로 전체인구의 5% 수준이다. 노인인구가 10%가 넘는 일본 미국보다는 낮지만,70년 3.4% 85년 4.1%에서 계속 증가해왔고,오는 2천년에는 7%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윗세대와 아랫세대에게 바치고,빈몸으로 가정의 중심에서 밀려난 오늘의 노인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아지씨와 권개이씨의 불행한 죽음은 경제발전의 열매를 중장년이하 세대가 독점해도 좋으냐는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오늘의 노인세대가 나라와 가족에게 바친 맹목적인 희생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밑거름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복지를 위해서 정부는 좀더 과감해야 한다. 노인들을 실날같은 「효도」에 내맡기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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