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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방위산업에도 사정칼날/확산되는 군비리 수사… 어디까지 손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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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방위산업에도 사정칼날/확산되는 군비리 수사… 어디까지 손댈까

입력
1993.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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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뇌·6공 청와대등 대상/“통수권 직결사안” 귀추 주목/일부선 “6공 비리청산 신호탄” 해석도국방부의 군비리 전반에 대한 전면수사는 비리척결을 통한 군개혁·정군조치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성역으로 치부돼 국민감시나 정부사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던 군은 이제 한 장성의 표현대로 벌거벗겨진채 도마위에 오른 상태이다.

이번 수사가 군에 미칠 파장은 폭넓고 심대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선 사정대상과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방산분야는 국가통치권의 존립체계와도 연결돼있어 칼을 어디까지 들이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휴일인 25일 긴급 소집된 국방부 대책회의는 26일의 청와대 보고를 위해 군이 취할 수 있는 가시적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응급처방 성격이 짙었다.

김종호 전 해군총장 비리파문을 시작으로 전직 해·공군 총장과 해병 사령관의 인사비리에다 차세대 전투기사업 등 방산비리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어 실추된 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군수뇌부는 최근 군이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지자 자칫 군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가져왔다.

국방부가 성역없는 수사의지를 밝힘에 따라 군사정기관 관계자들은 우선 인사비리와 이른바 율곡사업으로 일컬어지는 전력증강사업 비리·군수비리 수사에 역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증강사업은 사실 그동안 성역중의 성역으로 인식돼왔고 군사기밀이 거의 대부분이어서 전혀 외부노출이 되지 않았던 분야이다.

74년에 율곡사업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전력증강사업은 주감사기관인 국방부 특명검열단도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하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율곡사업에 대한 조사착수는 국내 방산업계는 물론 통치권체제·한미 연합방위체제·중장기 방위전력과 맞물릴 수 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가통수권체계의 아킬레스건인 율곡사업을 건드린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사건이다.

이 사업에는 한국형 미사일과 K1전차·헬리콥터·구축함(KDX)·잠수함과 P3C(대잠초계기)·차세대 전투기사업(KFP)·조기경보체제 등 현대전에 필요한 첨단무기가 모두 포함돼 있다.

올해만해도 KFP를 비롯,지대공 유도미사일·전투헬기사업 등 총 2조9천1백61억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올해의 전체 국방예산(9조2천1백54억원)의 31.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력증강사업의 국방부 최고 의결기구인 전력증강위원회는 권영해장관이 차관시절 주도해왔으며 당시부터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던터라 조사가 진행될 경우 국방부와 합참 등의 군수뇌부,전직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 등도 자연히 사정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국방부가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이같은 점을 들어 정권의 상층부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모종의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국방부 자체의사와 관계없이 군 최대의 사업에 대한 수술을 통해 6공 비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노드롭사건서 나타난 바와 같이 외국회사들이 방산 물자공급과 관련,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려 이 돈이 정치자금화한다는 의혹이 공공연하게 제기됐던 사실로 볼때 어떻든 방산비리에 대한 규명이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국방부는 일단 성역없는 수사라는 원칙아래 특명 검열단을 정점으로 합동조사단·군검찰 등을 동원,구체적 사정계획을 짜고 있다. 우선은 특검단이 과거부터 해온 전력증강사업 추진과 관련한 감사자료를 기초로 기무사 등에서 보관하고 있는 비리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

특검단은 자료수집이 끝나는대로 정용후 전 공군 참모총장의 폭로를 통해 의혹이 커지고 있는 KFP 기종의 변경(F18에서 F16으로) 과정부터 수사할 계획이다.

방산비리외에도 군납을 둘러싼 각종 군수비리와 군수사사건과 같은 폐장비 유출비리,최근 일부 부대에서 적발한 매토 등 시설비리도 현재 조사중인 사안에 덧붙여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 인사비리는 김 전 총장과 같은 진급뇌물수수비리가 주요 사정대상이다.

국방부는 26일 하오 검찰에 연행된 조기엽 전 해병대 사령관의 「진급료」 수수여부를 현역 장성 등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의혹이 일고 있는 정용후·한주석 전 공군총장·박구일 전 해병대 사령관 등에 대해서도 먼저 현역 장교들을 조사한뒤 검찰과 공조,사실여부를 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육군에 대해서도 금품제공은 물론 학연·지연·혈연과 고위층 압력에 의한 인사청탁을 사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 예비역 장성의 인사비리와 관련된 현역장교들에 대해서는 기무사가 은밀하게 내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외에 제도개선을 병행할 방침이다.

각군 총장에게 지나칠 정도로 권한이 집중된 진급심사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진급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군인사법을 개정하는 한편 인력구조를 피라미드형에서 기술집약형인 항아리형으로 개편,직업군인의 전문성과 직업성을 보장해줄 방침이다.

창군이래 처음으로 실시되는 군비리 전면수사가 어떤 모양으로 마무리될지 현 단계에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군수뇌부도 아직은 구체적 청사진을 그리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일을 크게 벌여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는 군비리의 전면수술이 불가피하며 이번 사정조치에 따라 군은 국민과 더욱 가까운 새로운 군대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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