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본회의 사퇴안 표결관심재산공개 파문수습의 마지막 단추로서 그동안 민자당 수뇌부의 속을 적지않이 썩여온 박준규 국회의장의 사퇴문제가 조용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비바람치는 황야에 혼자 서있는 기분』이라는 말을 남기고 여의도 의장공관을 떠난 박 의장이 2박3일간의 지방행을 마치고 상경,24일 의장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그동안 의장직 사퇴의 절차를 놓고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아 민자당의 애를 먹여왔는데 이날의 사퇴서 제출은 곧 26일의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직 사퇴와 관련한 신상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박 의장은 그러나 「의장직 사퇴에 즈음한 석명서」를 본회의 표결전에 제출,속기록등재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의장의 측근은 이와관련,『석명서 문안은 현재 박 의장이 직접 쓰고 있다』며 『의장직을 떠나면서 갖는 소회를 피력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이같은 입장정리는 민자당 수뇌부에게 비록 최선은 못된다해도 차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자당은 재산공개 파문이후 직간접 경로를 통해 의원직 사퇴를 설득해왔다.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국회에서 별도의 표결절차없이도 일을 처리할 수 있으나 그는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지난 20일 김영구총무가 공관을 방문했을 때도 박 의장은 『지금 의원직을 사퇴하면 내 재산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혹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 돼 내 명예는 회복할 길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민자당은 비공식 사절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의장직 사퇴의 변을 밝혀 당의 분란을 일으키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했고 박 의장도 고심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자당 지도부는 재산공개 파문으로 붕떠있는 민정계 의원들이 「의원 내사설」로 가뜩이나 전전긍긍하고 있는 마당에 박 의장의 신상발언은 자칫 이들의 심적 공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특히 최형우 전 사무총장의 퇴진과 함께 제기된 「수구세력반발설」이 박 의장 문제와 맞물리면서 『박 의장이 폭탄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아 한때 민자당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측은 『거취문제에는 아무런 정치적 고려가 깔려있지 않고 순수히 개인의 명예차원』이라고 누차 얘기해왔으나 정가의 긴장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박 의장은 나아가 김종필대표에게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공직자윤리법이 통과되고 국회윤리위에서의 실사를 통해 소명과 명예회복이 된뒤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박 의장이 「극한 행동」을 자제키로 함에 따라 한숨 돌린 민자당은 본회의의 의장사퇴안 표결에서 혹시 이탈표가 나올 것에 대비하고 있다. 당수뇌부는 박 의장 사퇴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없으나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산표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민주당이 박 의장 사퇴안에 대해 가부의 당론을 정하기 어려워 자유표결에 맡길 것으로 전해져 민자당내에서의 「반란표」가 몇표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부표가 일정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민자당 내부에 개혁반발세력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게 돼 당을 또다시 곤경에 빠뜨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민자당은 26일 상오 의원총회를 열어 『박 의장 문제에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김영삼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당내에 개혁의 적이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며 표단속에 나설 방침이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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