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집 행사 꼬박꼬박 챙겨장교부인들의 치맛바람은 거세다.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57)의 부인 신영자씨(54)나 거액의 뇌물을 바쳤으나 별값이 적어 남편이 진급에 실패하자 사정당국에 투서한 조정혜씨(45) 모두 씽씽 바람을 내며 다니던 예사롭지 않은 부인들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장교부인들은 평범한 아낙들이다. 자식들의 뒷바라지와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잠시도 한눈팔기 어려운 처지이다.
평범한 부인들을 평범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남편이 군인이라는 특수신분이라는 점. 계급의 틀 속에서 엄격한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인의 부인은 역시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남편이 소령이면 부인도 소령」 「남편이 장군이면 부인도 장군」이다.
상관의 부인에게 잘못 보이면 남편에게 덕이 될게 없다. 지휘관이나 상관의 집을 무시로 찾아가야 하고 크고 작은 일에 관심과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자기 집 김장은 못하더라도 상관 집 김장은 해줘야 한다.
전방이나 야전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군인아파트에 함께 살기 때문에 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육군본부내 아파트에 사는 한 영관급 장교는 부인이 하루도 빠짐없이 직속상관의 집에 찾아가 「문안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사고싶은 물건이 있어도 「괘씸죄」에 걸릴까봐 상관의 집에 없는 것은 사지도 못하게 부인이 만류한다.
인사철이 되면 부인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선물의 단위가 높아지고 횟수도 잦아진다. 우스갯소리지만 「부인들끼리 모여 진급자를 뽑는다」는 말도 있다.
군인장교 부인들의 치맛바람이 거센 이유는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정에 등한할 수 밖에 없는 남편대신 부인이 가정에서 전권을 행사하게 된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어 부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군인들이 배우자로 교사·약사 등 맞벌이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다수 군인들은 부인들이 활동력이 강하고 억척스럽다 보니 일반의 시각이 그리 곱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 사람나름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가정을 돌보는 많은 군인 아내들을 따뜻한 눈으로 봐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이충재기자>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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