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법 의회 대처 안이/대유고 대응방안도 미온적”클린턴 미 대통령은 23일 취임후 두번째 확대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3개월간의 공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국 원수가 미국을 방문할 때 흔히 합동기자회견장으로 쓰는 이스트 룸에서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지난 30년간 백악관 기자실을 지키며 언제나 날카로운 질문을 해오던 UPI통신의 헬렌 토마스 기자가 역시 클린턴 정부 90일을 평가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대통령은 지난 주간을 별로 좋지않은 일들 속에서 보냈다. 귀하의 경기촉진안은 의회에서 죽어버렸고 웨이코 분신자살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비난의 소리가 있었으며 보스니아는 여전히 난맥상이 아닌가. 귀하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클린턴은 고개를 순간뒤로 제치면서 『글쎄요,당신이 잘 알지 않는가』라고 서두를 꺼낸후 나름대로의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른 정책을 취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둘째 경기촉진법안은 의회가 잘 몰라 통과가 안된 것인데 이를 통해 많은 점을 배웠다. 셋째 웨이코 사태는 광신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결국 이 3가지 문제의 큰 틀을 맴돌면서 진행됐는데 취임 3개월의 대통령으로서는 모두 별로 개운찮은 문제들이었다.
클린턴은 선거기간동안 줄곧 국내문제를 정치쟁점으로 부각시켰었다.
일단 국내문제를 어느 정도 안정시킨후 국제문제로 가겠다는 입장이었다. 우선은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었는데 그 구체적인 실행안이 1백63억달러의 비상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경기촉진법안이었다. 학원이 민주당 다수표를 동원해 이 법안을 쉽게 통과시키자 클린턴은 의회가 부시시대의 「교통체증상태」(gridlock)에서 벗어나 행정부안을 슬슬 잘 통과시켜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 47명이 똘똘 뭉쳐 「의사진행 방해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결국 1백63억중 40억달러만 통과되고 나머지는 죽어버린 것이다. 클린턴은 이 법안이 상원에 계류중일 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화당의 상원의원들을 비난했었다. 이 법은 미국의 장래와 다음세대를 위해 제안된 것인데 공화당이 이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부활절 축제를 맞아 백악관에 초청된 수백명의 어린이들 앞에서 『공화당이 바로 이 어린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다.
공화당은 경기부양이 근본적으로 기업이 담당해야 할 문제이며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거두어 이를 주도하면 경제는 더 나빠지고 세금만 늘어난다는 논리에서 반대했다.
또 한 가지는 이날 회견에서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 『미국은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라면서 보스니아 참상을 보고도 다른나라와 함께 행동해야 한다는 논리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지도력의 부족이 아닌가』라며 비난성 질문을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불과 3개월밖에 안됐는데 여론과의 밀월시대가 끝났음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4년간 직업창출문제,게이권 등 국내문제와 더불어 계속 터져나올 국제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금방 표변하는 여론의 화살속에서 허우적댈 수 밖에 없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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