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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동지애/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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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동지애/조재용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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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의 민주당에서 산뜻한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궐선거에서 변명의 여지없는 완패를 당한 날 아침. 침통한 분위기가 일색인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패자들은 서로를 안으려했다.아침 일찍 소집된 최고위원 회의. 이기택대표는 먼저 『당대표로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솔직히 시인했다. 『새정부가 들어서 국민적 지지가 급등하고 있는 때문에 선거를 맞았다는 부담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의 얘기는 변명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누구나 다아는 민주당 패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최고위원이 바로 말을 받았다. 그는 당내의 「시끄러운 사람」중 한 사람이다. 『누가 잘했다,못했다 얘기할 수 없다』는게 선거패배에 대한 노 최고위원의 첫마디였다. 그는 또 『외부에서는 후유증,인책 등으로 당이 시끄러울 것이라고들 하지만 결코 그래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광옥 최고위원도 마찬가지. 『단합하자. 그리고 겸허하자』고 결과수용의 자세를 강조했다. 또 『3개 보궐선거지역에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자인했다.

허경만 국회부의장은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지 못한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되새겼고 권노갑 최고위원도 『모두가 자기 일처럼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전부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얼핏보면 이런 말들은 지도부가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판을 미리 의식한 방어막일 수도 있다. 패배를 시인하고 서둘러 반성의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있을지도 모를 인책론을 사전에 「무장해제」시키려는 뜻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따라 당내 비판론자들의 말들 역시 평소의 「비판」과는 음색을 달리했다. 가령 이해찬의원은 『지도력의 확립이 시급하다』면서도 『이기택대표는 누구든,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또 제정구의원은 「지도부의 무책임성」을 잠시 거론했지만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민주당 사람들은 패배와 절망을 「철저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기에는 패자들끼리만 나눠갖는 동지애 같은 것들이 있었다. 야당복원의 가능성을 여기에서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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