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타락 “없었던 사례” 기록/기존의 여야 고정관념 사라져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과 사정한파속에서 치러진 3개 지역 보궐선거결과는 집권 민자당의 전승으로 기록됐다. 이로써 김영삼정부의 개혁드라이브는 국민적 검증을 뒷받침받게 됐다. 반면 패배한 민주당은 대통령선거에 이어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됐다.
이번 선거결과의 의미는 경기 광명에서의 여당 승리로 인해 상징성을 더하고 있다. 부산의 2개 지역은 김 대통령의 집권기반이라는 지역특성상 정치승부 본연의 가치가 광명에 비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광명의 경우 전형적인 야당 지지성향을 유지해왔다.
13·14대 총선과 14대 대선의 결과가 한눈에 이를 보여준다. 민자당은 한번도 이긴적이 없다. 이곳에서 여당 후보,그것도 대중적 기반이 전혀 없는 재야출신의 후보가 야당을 물리친 것은 새정부 이전이라면 이변으로 간주됐을만한 「사건」이다.
그런만큼 적어도 이번 선거를 통해서 여당과 야당이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국민들 사이에서 떠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김영삼정부의 개혁적 이미지가 여야 개념의 경계선을 무너뜨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김대중 전 대표의 은퇴가 야당에 남긴 공백이 엄청난 것이었음이 실증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의 패인을 후보선정 문제에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순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물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사정 자체가 야당이 처한 구조적 애로를 반영한데 지나지 않는다.
특히 부산 사하의 김정길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당명의 무게까지 실어보았지만,김 후보는 참담한 결과를 맞아야 했다.
광명선거전의 양태가 과거의 여와 야가 뒤바뀐채 계속돼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선거결과에서도 이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았던 현상은 선거승부와는 별개의 분석을 뒤따르게 하고 있다. 보궐선거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투표율이 기록적 최저치를 기록함으로써 각 정당이 선거에 부여했던 의미는 전체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여기에는 투표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던 직접적인 요인이 있긴 하다. 그렇다해도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뚜렷한 선거쟁점이 없었던 이유가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새정부 출범이후 개혁바람이 정국을 주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야의 대결구도가 생길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선거가 유권자의 구미를 당길 수 없었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정치권 왜소화가 새삼 재확인된 셈이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은 야당이 고전했던 배경이 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사정바람이 거센 가운데 치러졌다는 외적 요인도 지적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보기드물게 불법·타락시비가 없었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새로운 선거문화의 정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또 하나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사회 전반의 「개혁무드」의 맥락속에서 가능했다는 점은 다른 관점에서 해석될 수도 있다. 바로 개혁무드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선거를 둘러싼 이런 사정들은 모두 개혁적 분위기의 소산으로 귀착된다.
여권이 이같은 선거결과를 놓고 정국에 대한 「확신」을 더 굳힐 수 있을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의 경우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돼있다. 당의 좌표설정이 다시 한번 혼미에 빠질 것이다. 내부적으로 이기택대표가 곤궁에 처할 것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대비한 중앙당 차원의 선거대책을 일부러 생략했다.
현지 중심의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었지만 선거일이 임박해오면서 이에 대한 비판론이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점을 지나칠 수 없다. 느슨한 리더십과 각 후보에 대한 지원이 열악했던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선거전략 수립 및 기획기능의 부재에 대한 성토가 지도부를 거세게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결과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운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민자당 주도의 국회운영을 보다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조재용기자>조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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