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정칼날/「각본」있나 「우연」인가/“이번엔 우리차례” 정치권 긴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정칼날/「각본」있나 「우연」인가/“이번엔 우리차례” 정치권 긴장

입력
1993.04.24 00:00
0 0

◎“과거 실세 거세 초점”… 의원 내사설 파다/청와대 “투서·제보로 수사” 의도설 부인『다음 차례는 누구냐』

연이은 비리사건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안영모 동화은행장에 이어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까지 「사정의 도마」위에 오르게 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정부의 사정활동이 준비된 마스터 플랜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사정기관의 수사가 우연히 걸려든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과거청산」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그 대상도 궁극적으로는 과거정권의 실세가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은 『사정기관이 소신과 업무영역의 범주에서 자율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라며 「의도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과거 통치권자가 사정기관을 손안에 넣고 좌지우지할 때나 가능했던 일이지 문민성을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즉 정부의 사정활동을 음모·공작적 시각에서 보는 것 자체가 구 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란 얘기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누구를 찍어서 하는 수사란 있을 수 없다』고 전제,『언론보도나 투서·제보에서 비리혐의가 나타나면 이를 확인해야 하고 또 사실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전 해군 참모총장건에 대해서도 『맨처음 언론기관이 비리사실을 알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찰도 알게 돼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한뒤 『군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모델케이스로 시작했다는 시중의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등 사정기관쪽의 얘기도 물론 이와 비슷하다. 군사정권때와는 달리 각 사정기관이 고유의 자율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사활동에 있어서 정치권력의 영향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 한 간부도 『새정부 출범이후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고 대부분 구 정권때의 일과 관계된 내용』이라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내사설이 생겨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잇단 비리사건은 단순한 우연의 연속』이라는 주장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부정부패척결을 개혁정책의 우선과제로 내세운 새정부가 사전계획에 따라 조직적인 사정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분야의 비리모델을 하나씩 손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계 금융계 비리에 이어 성역시돼왔던 군비리까지 대상에 올랐고 앞으로 각분야의 비리와 연결돼온 정치권 비리가 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자당의 한 민주계 의원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비리는 구 정권의 유력인사들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감춰져왔던 것』이라며 『하나씩 껍질이 벗겨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비리관련 정치인들도 드러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경원대의 김동석 전 총장이 과거 민주당 인사들과 가까웠고 안영모 동화은행장이 6공 실세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으며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이 소위 TK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사정활동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또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원 내사설」의 대상으로 거명된 인사들이 대부분 민정계 의원들로서 TK출신이 많다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개혁추진세력인 민주계쪽에서도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서 혼탁한 길을 걸어왔지만 특히 정치권의 부패가 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내사설」의 대상인사들이 3당 통합후 김영삼대통령과 적대적 입장에 섰거나 대선과정에서 김 대통령을 등졌으며 또 지난번 재산공개 파문에서 당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든 「미운털이 박힌 사람」들이란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민자당내에서조차 『김 대통령은 한번 자신을 배반한 사람은 그냥 두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여서 당사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도 자칫 정부의 사정활동이 정치보복이란 인상을 줄 것을 우려,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비록 사전에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해도 과거비리를 캐내다 보면 소문으로 떠돌던 특정인이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사정관계자도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정부가 사정활동을 축소시킬 수도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보복이란 소리가 나올 수 있어 걱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청와대측의 이같은 우려는 사전의도를 가진 사정활동은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 「의원 내사설」이 사실로 맞아 떨어질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정치권에 난무하고 있는 의원 내사설이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사정기관의 칼이 구 정권하에서 생겨난 비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한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신재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