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의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21세기를 예고하는 변화다. 『나라의 자존심』이었던 선진국의 간판급 재벌그룹(다국적기업)들이 비대할대로 비대해진 조직의 무게에 눌려 기동력과 적응력을 상실,빙하시대의 공룡처럼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 정국의 권위있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4월17∼23일)에서 『기업의 제국건설시대는 끝났다』며 『온갖 위험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보다 광범하고 치열한 세계적 경쟁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했다. 개인용컴퓨터(PC)분야의 세계적인 첨단기업인 미 애플컴퓨터사의 존 스컬리 사장은 『세계경제가 19세기초의 「산업혁명」과 같은 전환기에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미국은 변화가 가장 빨리오고 대응 또한 가장 민첩하다. 슘페터가 자본주의의 생명력이라고 말한 「창조적 파괴」에 전혀 주지하지 않는다. 미국기업들은 90년대에 들어 특히 지난해 이후 전산업으로 구조개편을 서둘러오고 있는데 경기의 회복기미가 완연해지고 있는데도 경영개혁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법인 미국의 세계적 우상이었던 GM과 IBM을 비롯,웨스팅 하우스,시어즈 로벅,아메리칸 익스프레스,보잉항공사,맥도널 더글러스 항공사,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사 등 각 분야의 얼굴기업들이 회장 경질,감원,기구의 통·폐합 및 축소,업종정리 등 구조적인 경영혁신을 강행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기통신회사인 AT&T,제너럴 일레트릭(중전기 및 가전),제록스(사무용기기),코닝(도자기 및 유기제품) 등과 같은 기업들은 때에 맞춰 구조조정을 매듭,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흑자를 기록했다.
GM과 IBM 등 산업 미국의 쌍벽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충격이다. GM은 매출액 1천2백38억달러에 결손 44억5천만달러(91년도 실적),IBM도 6백47억달러 매출에 28억달러의 결손을 기록했다. IBM은 92년 4·4분기에도 54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GM과 IBM 모두 대규모 감원 등 엄청난 감량경영과 조직의 축소개혁을 단행했다. GM은 지난해만도 7만명(총종업원 약 40만명)을 감원했고 일부 비능률적인 공장들을 폐쇄했다. 부품납품 하청업체에 대해 납품가격 인하를 강요했다. IBM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4만명을 감원(총종업원 30만여명)했다. 93년말까지 2만5천명을 더 감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IBM그룹 전체를 13개 독립사업부서로 분할했다. 사실상 해체다. 경영부실의 책임을 지고 축출된 존 에이커즈 회장의 후임으로 외부에서 기용된 루이스 거스너 회장(전 나비스코 회장)은 7만내지 10만명을 추가 감원할지 모른다는 설이 있다. 그의 IBM 구제책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 관심들이 높다. 미국을 중핵으로 전세계에 기업망을 구축해온 이들 다국적 기업의 대재벌그룹들이 중·대규모의 전문기업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기업경영의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전통적으로 산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신봉돼왔다. 대량생산에 의해 단위당 비용을 줄여 대량공급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규모의 경제」가 오히려 신속한 기술의 변화,수용의 다양화와 증감,경기변동 등이 민첩히 대처하는데 엄청난 「비경제」가 되고 있다. 미국 재벌기업들은 항공기 제작 같은 거금이 소용되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전문화와 분리독립의 길로 빨리 발을 옮겨놓고 있다. 유럽도 미국의 뒤를 쫓고 있다. 2세기는 『신축성있는 전문화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재벌해제 밖에는 길이 없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에서 항공기까지 모든 것을 다하고자하는 문어발식 경영에 집착하고 있는 한국의 재벌그룹들은 세계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신경제계획」은 경제력 집중의 완화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나 아직 실체는 두과봐야겠다. 다같이 한국재벌의 위상을 통찰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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