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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호텔로비 떨어뜨려 “접선”/김 장학사 정답유출서 검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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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호텔로비 떨어뜨려 “접선”/김 장학사 정답유출서 검거까지

입력
199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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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비” 아내제안이 공직마감 길로/경찰 집수색 사진첩서 은신처 찾아내대입시문제 정답을 4차례 빼돌린 것으로 드러난 김광옥장학사(50)는 『노후에 대비하자』는 아내의 한마디 때문에 26년여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게 됐다.

기획력이 뛰어나고 머리회전이 빨라 국립교육평가원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김씨는 90년 가을 부인 김영숙씨(46)로부터 『우리도 노후를 대비해야죠』라는 말을 들었다.

부인 김씨는 이즈음 서울 도봉구 S암자에서 함기선씨(52)의 부인 한승혜씨(51)를 만났었다.

같은 불교신자이며 고향도 같아 쉽게 말이 통했다. 재력이 있던 한씨에겐 세딸의 진학문제가,공무원의 월급으로 생활을 꾸려가던 김씨에겐 노후문제가 걱정거리였다.

몇번 만나면서 가까워진 이들은 남편의 직업을 알게되자 자연스레 타협점을 찾았다. 검찰은 한씨가 먼저 부정을 제의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90년 10월 김 장학사는 부인의 제안으로 서울 도봉구 수유동 영빈장여관을 매입했다. 한씨로부터 받은 3억원과 전세보증금 1억원,은행융자 1억원 등으로 구입한 이 여관 덕분에 김씨는 매달 3백50만원의 「노후연금」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 한씨는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3장을 건넸으나 김씨부인이 금융실명제나 뒤탈을 의식,1억원 CD 3장으로 교환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다행히 한씨의 장녀(22)와 차녀(21)는 지능지수가 높은 탓에 정답지를 잘 외워 충남대 의대 3위와 단국대 전체수석의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출제본부 보안요원들의 「철통같은 감시」에도 김 장학사는 용케 정답지를 작은 용지에 적을 수 있었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간파한 허점을 잘 이용한 것이다.

김 장학사는 입시를 앞두고 문제지 정답지 인쇄를 맡은 성남의 대한교과서 주식회사로 시쇄본을 찾으러 나가는 길에 신발속에 5∼6번 접어넣은 16절지 크기의 비밀문건을 약속된 호텔로비에 떨어뜨렸다. 부인 김씨가 이를 주워 한씨에게 전달한 것은 007영화 같은 장면이었다.

문제는 한씨의 셋째딸(19)에서 시작됐다.

올해 전기에서 충북대 의대에 지원했으나 3백8점을 얻고도 낙방했던 셋째는 순천향의대에 지원한 후기에서는 전기의 방심을 우려한듯 3백39점이라는 전국 최고성적을 냈다.

검찰은 셋째가 건네받은 정답지가 일부 틀린 것 같아 자신이 알고있는 답과 혼동하는 바람에 충북대의 성적이 저조했으나 순천향대의 경우 정답에 충실히 따르면서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만 고치는 바람에 화학에서 한문제를 틀렸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검사의 긴급수색장으로 김 장학사의 서울 노원구 상계동 31평형 공무원아파트를 수색한 검찰은 3년간의 시험문제지와 정답지가 아닌 몇장의 사진에서 귀중한 단서를 발견했다.

행락길에 오른 김 장학사부부와 옆에 있던 그랜저승용차. 차적조회에 나선 검찰은 어렵게 승용차 소유주 이모씨를 찾았다.

이씨는 김 장학사의 여관을 임차해온 사람이었다. 여관구입 시점은 한씨의 장·차녀 시험시기와 근접했다.

검찰은 이 여관 주변에 잠복도중 19일 상오 3시 귀가하는 이씨를 추궁,김 장학사 부부의 은신처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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