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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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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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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없으면 위엄이 없다. 말 한마디에도 무게가 실려야 믿음이 생긴다. 목청을 높이고 혼자 잘난체 한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정치인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정치란 흔히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실언과 실행이 있으면 치명타를 입는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요즘 정치인들은 수준미달이 많다. ◆중앙선관위는 그동안 정치용어 순화작업을 벌여왔다고 한다. 정상화해야 할 사례를 보면 다시 입에 올리기가 민망할 정도다. 13대와 14대 총선서 이런 비속한 말들이 난비했다고 한다. 유세장에 흩어진 후보와 연설원들의 언어파편이다. 「똥창을 걷어차 버리겠다」 「장관인지 무슨 뿌시래긴지…」 「짱돌로 대가리를…」 「설사에 피박에다가 독박까지 썼을거야…」 내친 김에 몇마디 추가하면,똥개,사타구니,개나발 등 뒷골목 잡배의 용어로도 심한 것들이다. ◆선관위는 1차 사례집을 국회에 보내고 정중하게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는 선거풍토가 상대에 대한 비방 모략 욕설로 정치불신과 갈등을 일으키니 제발 입조심을 해달라는 당부가 곁들였다. 그럼에도 정치판은 마이동풍이다. 최근 어느 정당의 대변인은 상대방을 벽창호라고 거침없이 매도했다. 한창 배우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들을까 겁이 난다. ◆지금 부산과 광명 3개 지구에선 보궐선거운동이 열을 올리고 있다. 개혁바람 탓인지 아니면 정치지망생들의 수준이 달라진 것인지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소식이다. 상투적인 인신공격도 사라지고 육두문자가 자취를 감춘듯하다. 과거의 총선에 비해 정치상황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당연한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흙탕물을 쓴 기성정치인들은 그렇다치고 앞으로 나올 정치 신인들은 다른 무엇보다 입버릇부터 교정했으면 좋겠다. 유머를 섞은 촌철살인의 화법은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하다. 여야가 부딪치면 고함과 욕설을 내세우는 버릇은 고약하기 짝이 없다. 개혁프로그램에 정치언어의 순화는 포함되어있지 않은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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