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교육계의 부패 그리고 사학재단의 부정·비리척결 방안인가,아니면 한국병의 표상같은 병든 교육풍토를 개혁하려는 청사진인가. 오병문 교육부장관의 특별담화가 담고 있는 내용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두루뭉실이다.아무리 새겨 읽어봐도 개혁의 내용이나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말만의 처방」이다. 그래서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발표된 내용들을 뜯어보면 대부분이 광운대의 대규모 입시부정 직후 내놓았던 개선책의 재탕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라는 개혁인사 내용도 그렇다. 문제가 됐던 당시의 해당 책임자들은 국장급이상 고위직에 가있다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하나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좌천위주로 전보된 21명의 국장급중에는 책임질 일도 없고 부정비리와는 거리가 먼 한직에만 맴돌던 관리도 상당수 끼어 있다. 새로이 충원된 국장급중에는 오히려 책임질 위치에 있었거나 비리의혹을 받는 이가 적지 않다.
이래가지고는 부정비리 척결도 안되고 교육개혁도 못한다. 언제는 비리대학 경영자와 부정공무원들을 고발하지 말라는 법이 있었던가. 교육부의 사학에 대한 행·재정지원을 중단한다해서 무서워할 사학이 몇이나 있을까. 지원을 받아본들 그게 몇푼이나 된다고 떨겠는가.
왜 또 엉뚱하게 대학의 본고사와 입시부정을 연결시키는 발상까지를 하는 것일까. 입시부정과 본고사는 별개 문제다. 그것은 고교교육 정상화와 관계되는 문제이고 또 다른 측면으로 본다해도 대학의 자율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일부 사학에서 입시부정이 있다해서 대학에 되돌려주기로 했던 자율권한을 다시 몰수하고,대학의 신입생 전형을 국가가 관리하는 수학능력시험이라는 획일의 틀속에 다시 가두겠다는 것인가.
때문에 우리는 오 장관의 이번 담화내용이 주무부처로써 「유구무언」이라고 참회하는 것으로 끝났더라면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느낀다.
괜하게 본고사 폐지를 유도하겠다느니 하는 섣부른 대학입시제도 개선의지를 발설하는 것은 가뜩이나 새대학 입시제도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불필요한 혼란과 부작용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 못했다는 것인가.
근반세기동안 썩어 병든 교육풍토를 하루아침에 단칼로 고친다고 장담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교육개혁 방안과 교육계의 비리척결 책략은 너무 서둘지말고 차분하게,그리고 교육적 차원에서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교육개혁과 교육을 둘러싼 비리척결이 유독 어렵고 힘든 것은 단칼에 쳐버리고 학교문도 닫아버리는 식의 강공수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강공책을 쓴다면 교육 그 자체가 망쳐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혁이 개악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생각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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