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율만 높았지 구멍은 많다/가진자들 「고급투기」엔 종이호랑이 세제/턱없이 낮은 과표감면조항 빨리 고쳐야최근 재산공개 과정에서 파문을 일으켰던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내야할 세금 다 냈는데 왜 이러느냐』는 투로 후안무치함을 보여 국민의 공분을 더욱 자극했다. 부동산을 사고 팔거나 보유하면서 세금을 포탈했다면 모를까 합당한 세금을 다 냈는데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의 항변이었다.
투기공직자들의 이같은 주장은 일응 일리가 있어 보이나 내용을 알고 보면 교묘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현행 세제의 모순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이런 세제의 입안을 그들이 직간접으로 주도했다.
현행 세제가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특히 가진자들에게는 종이호랑이와 같아 「고급투기」를 예방·응징하는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은 관계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누누이 지적돼 왔다. 종토세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토지공개념하의 토초세,개발이익환수제 택지초과 소유부담금 등 반투기세제가 이중삼중으로 그물을 치고 있는듯 하나 중량급 전문투기꾼들을 걸러내는데는 허점투성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무엇보다 과표 현실화가 안돼있고 비과세 감면조항이 수도 없이 많아 진짜 악질적인 투기에 대해서는 세금을 한푼도 못매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나 종토세는 명목세율만 놓고 보면 세계최고 수준이다. 양도소득세율은 30∼75%로 무시무시할 정도이며 종토세는 0.2∼5%의 누진세율이 적용돼 정부당국은 선진국형의 재산세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겉보기에 이처럼 위협적인 세제가 실제로는 내용과 운용이 허술,유명무실한 종이호랑이일 뿐이다. 우선 과표가 턱없이 낮아 투기꾼들에게는 세금이 별로 부담이 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보유에 대해 매기는 종토세의 과세기준이 되는 내무부 과세시가 표준액의 경우 과표현실화율(시세대비 과세기준액)이 평균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욱이 투기염려가 별로 없는 산간오지 같은 곳은 과표현실화율이 90%에 육박하는 반면에 투기지역인 수도권 그린벨트지역 중에는 현실화율이 5%에도 못미치는 곳도 많다.
이렇게 과표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종토세의 실효세율(시세대비 과세비중)은 일본,서구 등 선진국의 30분의 1에도 못미치는 0.04%에 불과,투기성 땅 보유자들에게는 투기응징수단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시가 1천만원짜리 자동차에 대한 연간세금과 서울근교의 시가 1억원짜리 땅에 대한 종토세가 거의 같은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과표현실화의 가장 강력한 저항세력이 다름아닌 투기공직자 등 국회의원들이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90년 지가공시법을 제정할 당시 과표현실화율이 비교적 높은 건설부 공시지가를 종토세 등 지방세와 국세의 과세기준으로 삼는다는 조항을 삽입하려 했으나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낮은 과표현실화율에 더해 수많은 비과세·감면조항까지 있어 투기꾼들을 합법적으로 빠져 나가게 하고 있다. 가령 양도소득세의 경우 목장이나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등의 토지는 양도세를 감면하거나 아예 비과세하고 있는데 이런 특례조항이 투기꾼들에게는 효과적으로 악용되고 있음은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부동산양도 차익중 5% 가량만이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에 걸리고 95% 이상은 세금망을 빠져 나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지공개념 3개 법안 역시 미흡한 면이 많다. 개발부담금제도의 경우 개발계획 발표이전에 이미 정보가 유출돼 땅값이 치솟기 때문에 실제 효과가 불투명하고 개발지 주변의 땅값 상승에 따른 투기수익에 대해서는 손도 못대고 있는게 대표적인 예다.
토지전문가들은 『땅투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세제걔혁』이라며 과표현실화율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며 과표기준을 통일시키고 불필요한 비과세 감면조항을 폐지하는 한편 종토세의 완전한 종합과세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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