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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개혁정국 무기력 증세/청와대 질타에 불만·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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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 개혁정국 무기력 증세/청와대 질타에 불만·눈치보기

입력
199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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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부응 못하고 좌표 상실”/내사·사정설에만 신경 곤두『민자당은 개혁의 걸림돌인가,아니면 새정부의 개혁이미지 부각을 위해 차별화 대상인가』. 재산공개 파문에서 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자당의 딜레마이다. 그러다보니 개혁정국에서 좌표설정이 제대로 될리가 없고 개혁의 산실이라는 청와대의 눈치를 안볼 수 없게 됐다.

민자당은 3주일째 무차별 융단폭격을 당했던 재산공개 파문에서 제정신을 차려볼까 했지만 주변상황은 오히려 반대쪽으로만 돌아가고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9일의 상무회의에서 『재산공개와 관련해서 진정으로 참회하는 사람을 보지못했다』고 질타한데 이어 12일에는 『아직도 당내에 정신을 못차린 사람들이 있다』고 민자당에 대한 채근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와함께 대통령의 의중을 민자당에 전달하는 창구격인 최형우 사무총장과 김덕룡 제1정무장관도 경계의 목소리를 계속 발하고 있다. 『당이 개혁추진에서 순기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있다』 『당이 개혁이나 시대적 변화에 좀더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출처도 확인할길 없이 나돌고 있는 각종 내사설과 사정조치설 역시 민자당 의원들의 신경을 가뜩이나 자극시키고 있다.

대표최고위원에서 대표로 승격한 김종필대표는 대표취임 이틀만에 골프문제에 걸려 『대표마저 청와대의 감을 잘못 잡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이르렀다.

『제도적으로 개혁을 해야 하고 초법적인 개혁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제활성화에 부작용을 줘 결과적으로 개혁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민자당내의 일부 견해는 김 대통령에 의해 직접 반박당했다. 김 대통령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면 경제적 위축을 가져온다고 하는 것은 주로 기득권자들의 자기 변호의 논리』라고 잘라 말했다.

재산공개 파문이 일었을 때 민자당내에서는 파문의 표적이 돼버린 민정계를 중심으로 『재산공개가 민정계 거세를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제기는 파문당사자들의 부도덕성이 속속 드러나면서 설득력이 없어지자 『개혁도 좋지만 개혁성패의 요체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합법적 테두리에서 순리적으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상황론으로 바뀌어가던 참이었다.

사실 민자당 지도부가 위축된 의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8일 마련한 의원합숙 세미나에서도 민정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얘기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민정계의 한 중진은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지난 대선은 김 대통령 혼자서 치른게 아니라 민자당이 중심이 돼 승리한 것』이라면서 『민자당은 누가 뭐라해도 국정운영을 수임받은 집권당인데 지금의 처지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합숙세미나의 이같은 일부 분위기는 청와대에 감시되었고 다음날 있는 상무회의 연설에서 김 대통령의 대민자당 질타가 있게 된 한 요인이 되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러한 질타가 있고난지 불과 이틀이 채 못돼 자신의 위상이 흔들림없다고 주장하는 김 대표가 총무단 격려라는 명목으로 골프에 나선게 청와대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청와대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자당이 좀더 개혁적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민자당에 부단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골프문제만 해도 김 대표가 일요일 골프를 할 것이라는 보도가 미리 나갔을 만큼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전제한뒤 『청와대가 골프에 대해 분명한 반대입장을 가졌다면 사전에 이를 취소하도록 한뒤 보다 조용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나친 충격요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하는게 안타깝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자당이 가까운 시일내에 정치력 회복을 위해 자생력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지는 않다. 민정계의 일부 불만 섞인 목소리는 기득권 박탈에 따른 반발로 비쳐지고 있으며 힘의 축이 청와대와 민주계에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자당의 관심은 청와대의 질타가 어떤 조치로 구체화될 것이냐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민자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이 확정되면 이에 따라 재산을 재공개해야할 처지이고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거들추기」의 유탄에 계속 노출돼있는 처지이다. 여기에다가 김 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민자당이 가을 정기국회때까지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개혁정국의 와중에 서있을 것이라는게 정가의 지배적 관측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이 과정에서 민자당이 상당히 시달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모까지 감내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다.<이병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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