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자당에 대해 국민들은 걱정과 함께 적잖은 실망을 하고 있다. 그것은 집권당,그것도 문민시대의 집권당으로서 어느정도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는 커녕 나아갈 방향이나 좌표마저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대개혁을 추진하는데 있어 집권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한 터에,당지도부가 혼선과 갈등을 빚고 지극히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자당은 하루빨리 자정과 재정돈으로 문민시대에 걸맞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오늘날 민자당이 위축되고 또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는 원인과 배경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재산공개의 결과 소속의원 3명이 정계를 떠나고 3명이 탈당했으며 5명이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의 경고친서를 받는 등 아직도 당이 비리의 온상의 하나처럼 여겨지고 있고 특히 김 대통령으로부터 잇달아 준엄한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작년 대선이래 승리에 따른 자만까지 곁들여 실책과 과오를 저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새정부가 대개혁을 단행하리라는 것은 일찍부터 예고됐던 것인데도 민자당은 오늘날 「무혈혁명」과도 같은 대개혁에 주체로서 참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혁과 정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은 민자당이 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데다 이에 대한 청사진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러한 나태에 민자당은 마땅히 책임을 느껴야 한다. 더욱이 새정부 요직인선에서 계파 몫만을 기대하고 재산공개 파동 과중에서도 정화구당깨끗한 풍토를 위한다기보다 보신에만 급급했던 것은 시대변화를 외면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주의 당상무위원회만해도 당헌 개정때문에 소집된 것이었다고 해도 축소판 전당대회와 같은 것이었던 만큼 의례적인 결의문 채택으로 끝낼게 아니라 부정부패 척결 및 새정치 확립을 위한 결의대회로 삼았어야 했다. 여기서 당총재로부터 「뉘우치는 눈물속에서 국민의 신뢰받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재산공개와 관련,단 한사람도 참회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질책을 들었음에도 당의 고위간부들이 골프를 자제하지 못하는 등 당총재로 하여금 다시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고 진노케한 것 역시 예사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물론 재산공개라는 엄청난 사태가 있기는 했지만 집권당을 계속 위축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는 생각할 문제이긴 하다. 정당은 관과 달리 국민과 직접 접촉하고 다양한 의견과 활동이 잇달이 제기되는 정치집단인 만큼 자율성을 적극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당이 민주적으로 활기있게 가동되어야만 집권당으로서의 효과적인 기능도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민자당은 크게 달라져야만 한다. 개혁의 대상이나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될뿐더러 개혁을 이끌고 또 밀어주기 위해서는 지난달 권력의 그늘에서 온갖 혜택과 영화를 누리던 타성을 탈피,계파를 떠나 당내 민주화로 자정과 개혁에 앞장서는 집단으로 탈바꿈하는게 긴요하다. 십리 백리를 앞서가는 대통령과 정부를 뒤따라가기만 하는 것은 집권당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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