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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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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추진되고 있는 개혁의 강도와 의지면에서 볼때 청와대 행정부 민자당 민주당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엿보인다. 가장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쪽은 역시 청와대이다. 다음은 정부와 여당인 것 같고 야당이 제일 떨어진다. ◆지난주 재산공개 파문으로 실의에 젖어있던 민자당 의원들에게 김영삼대통령은 참회하는 사람 하나 구경하지 못했다면서 도덕불감증을 호되게 꾸짖었다. 또 12일에는 「개혁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정부내 일부 의견에 대해 「부정부패척결은 결코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실 공직자나 공사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두달 그러다가 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골프장 출입이다. 한두달 지나면서 그동안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도 슬금슬금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례가 지난 주말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났었다. 황인성 국무총리는 그동안의 골프장 출입자제 분위기를 푸는 발언을 했고 김종필 민자당 대표는 의원들과 함께 보란듯이 골프채를 휘둘렀던 것이다. 이를 본 공직자나 기업인들은 금족령이 드디어 해제되었구나 하는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딴판이었다. 「골프치는 것까지 사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직자나 기업인들은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사려깊게 행동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공직자중에는 국회의원들도 포함된다는 주석까지 달았다. ◆청와대­행정부­민자당간의 개혁에 대한 시각차이를 보면서 새삼 생각나는 것은 야당의 자세이다. 재산공개를 통해 여당의원에 못지 않는 비리의 축재자들이 수두룩하게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징계도 조치도 없다. 자체 개혁엔 손도 못대는 처지에 정부·여당에 대해 무슨 비판을 하고 어떻게 견제를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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