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고위인사 「언행」에 쐐기박기공직자들이 현 시점에서 골프를 쳐도 괜찮은가. 여당 의원들의 골프장 출입은 어떤가. 또 기업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청와대는 12일 김영삼대통령의 암시적 언급과 관계자들의 부연설명을 통해 이에 대한 「유권해석」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해 의원을 포함,공직자들은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골프장 출입을 되도록 삼가는게 좋겠다는 얘기이다. 또 기업인들의 경우 사업상 골프를 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물리적 규제도 있을 수 없지만 과거와 같이 평일도 아랑곳없는 골프장 출입은 자제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날 상오 천용택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부정부패 척결이 경제를 위축시킨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을 결코 중단하거나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이 발언은 언뜻보면 비상기획업무와도 맞지않을 뿐더러 사실 거듭 강조돼온 원론적인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발언이 공직자의 골프문제를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전한뒤 바로 공직자들의 골프장 출입문제를 거론,『고통분담을 강조하는 시점에서 공직자들은 모든 것을 사려깊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의원도 공직자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공직자들이 골프 치는 것을 규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스스로들 알아서 자제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기업인들에 대해서는 『공직자들과는 경우가 다르지 않느냐』며 『사업상 골프를 치는 것을 사찰하는 등 물리적으로 막은 일도 앞으로 막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기업인들도 과거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기업인들이 주말에 바이어를 상대하는 등 사업상 골프치는 일을 어떻게 자제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다만 주중부터 유흥이나 운동삼아 골프장에 몰려다니는 것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날 입장표명은 다분히 지난 10일 황인성 국무총리의 골프관계 발언과 11일 김종필 민자당 대표의 민자 총무단과의 골프회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실 김 대통령이나 청와대 당국이 공직자들의 「골프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 다만 김 대통령이 취임초 『임기동안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밝히자 자연스럽게 공직자들의 골프장 출입 자제로 이어졌다. 김 대통령이 또 몇차례 『잘 안되는 기업의 대표들을 보면 대부분 주중에도 골프장에 가더라』고 지적하자 기업인들도 골프장 출입에 위축감을 느꼈다.
이런 가운데 골프장 출입자들의 비디오 촬영설·세무사찰설 등의 부작용이 일자 김영수 청와대 민정수석은 얼마전 『경제회생에 다같이 동참하자는 뜻에서 자제하자는 뜻이지 일률적으로 규제한다는게 아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황 총리는 지난 10일 장관간담회에서 이 뜻을 설명하다가 「너무 나가버린듯」 『정부의 사정활동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돼선 안될 것』이라며 『기업인들은 주중이든 주말이든 바이어 접대 등 필요할 때는 골프를 쳐도 좋다』고 말했다.
김 민자 대표는 다음날 마치 시범이라도 보이듯 골프장에 나간격이 돼버렸다. 여기에다 일부 언론까지 골프장 금족령이 풀린 것처럼 보도하자 이날 청와대의 「재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이와관련,이날 아침 『아직도 당에서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당정 고위인사의 「언행」이 「골프 금족령해제=사정작업끝」 식으로 알려지는데 대한 쐐기박기라는 풀이이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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