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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 쿠데타 주모자들 내일 재판/유죄땐 최고 총살형 가능

입력
199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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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붕괴 막으려 기도” 무죄주장 펼듯/「거사묵인」 의혹 고르비 증인출석 관심지난 91년 8월 쿠데타를 일으켰던 구 소련의 보수파 지도자들에 대한 재판이 14일 러시아 대법원 군사법정에서 열린다.

러시아 검찰청은 그동안 겐나디 야나예프 전 부통령과 발렌틴 파블로프 전 총리 등 주모자 12명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이들을 반역혐의로 정식 기소했었다.

쿠데타 주모자들은 지난 1월26일 정식 재판을 앞두고 거주지를 모스크바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일단 석방됐다.

기소된 12명중 야나예프 전 부통령,아나톨리 루키야노프 전 최고회의 의장,블라디미르 크류츠코프 전 KGB의장,드미트리 야조프 전 국방장관 등은 권력남용 혐의도 추가됐다.

이들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총살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주심 1명,배심 2명 등 3명으로 구성됐다.

검찰측은 8명의 검사가,변호인측은 21명의 변호사가 각각 참여,공방전을 벌이게 되는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을 비롯, 약 1백20여명의 증인이 출석하는 등 러시아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최소 3∼4주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들은 검찰조사에서 소련의 붕괴를 막기위한 우국충정으로 쿠데타를 기도했다면서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들은 특히 당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중앙정부의 권력을 각 공화국에 대폭 이양하는 신연방 조약을 체결하려 했고 쿠데타를 교묘히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나예프 전 부통령은 최근 외국언론과의 회견 등에서 고르바초프가 당시 쿠데타를 사실상 묵인했다면서 자신들의 거사가 애국적인 행동임을 강조하고 있다.

루키야노프 등 일부 주모자들은 러시아의 보혁갈등 속에서 구 공산당재건대회에 참석하는 등 쿠데타 기도에 대한 후회나 뉘우침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검찰조사에서 쿠데타가 성공하면 고르바초프를 참여시켜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소연방의 붕괴를 막을 계획이었으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프바초프는 91년 12월25일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이후 소련은 연방체제가 붕괴되면서 73년간의 공산주의체제 역시 무너져 버렸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쿠데타 주모자들이 이번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려면 내가 쿠데타계획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하지만 나는 결코 이같은 계획에 동의한 바 없기 때문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들이 유죄임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재판을 사흘 앞두고 부인 라이사 여사와 함께 미국으로 출국해 이번 재판의 첫날부터 출석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고르바초프는 또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은 옐친의 증언이 필요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번 재판은 오는 25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열려 재판과정에서 공산당 및 구 소련 지도부의 정치적 비리 및 과오가 낱낱이 드러날 경우 옐친 대통령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은 이례적으로 공개적으로 열려 이즈베스티야,크라스나 야즈베즈다지 등 러시아 신문과 TV 등의 취재가 허용됐으나 외국 언론사의 특파원들은 입장이 불허됐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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