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형질변경도 “밥먹듯”/권력이용한 불법… 단속도 안돼/철거민 「딱지」까지 챙겨 집장사/“토지거래 현황 정기 실사등 특별관리를”땅에 대한 일부 공직자들의 추악한 투기손길은 국토의 생명띠인 그린벨트에까지 뻗치고 있다. 법망과 제도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는 「투기공직자들」의 월담행위는 그린벨트마저 가만 놓아두지를 않아 온국민이 성역시하는 이 생명띠가 곳곳에서 난도질당하고 있다. 땅투기와 축재에 눈이 먼 일부 공직자들의 마비된 윤리의식이 그린벨트를 투기벨트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집 앞마당에 축사 한칸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규제가 엄격한 그린벨트가 노골적인 투기사냥감이 돼왔다는 사실은 최근 재산공개 과정에서 명증됐다. 1백10만명에 이르는 역내 거주민의 사유재산권을 억누르면서까지 그린벨트를 사수하고 있는 법망과 제도가 일부 권력층 투기공직자들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쉽사리 유린된다는 실례를 보여주었다.
71년 수도권에서부터 지정되기 시작,77년까지 지정완료된 그린벨트는 현재 35개시 35개군에 걸쳐 전국토의 5.5%인 5천3백97.1㎢에 이르고 있다. 도시계획법 제21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그린벨트내에서는 71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한해 지하 30평 지상 30평 한도내에서 증·개축이 가능할뿐 기타 건축행위는 일체 금지되어 있다. 토지의 경우에도 초지 및 녹지조성,공익사업 시행 등 그린벨트 지정목적에 부합된다고 판단되는 일부행위를 제외하고는 무단형질변경이 금지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따라서 그린벨트는 일반인들에게는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축재수단으로서의 매력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위공직자 투기꾼들은 그들의 권력과 정보를 무기로 그린벨트를 돈방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린벨트 투기꾼이 가장 군침을 흘리는 대상은 공공개발 등으로 집이 헐리게 된 철거민이 그린벨트내 다른지역에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이축권을 일컫는,속칭 「용마루딱지」다. 모권력가의 부동산관리를 맡아주고 있는 부동산업자 이모씨의 경우 지난해 이축권을 노리고 과천 인근 그린벨트내 대지 40평 규모의 주택을 4천만원에 구입했다. 이 주택은 얼마 안지나 공공도로 부지로 편입됐고 이씨는 이축권을 얻어 청계산 부근 그린벨트에 건평 60평 대지 3백평 규모의 주택을 지었다. 이씨가 이 과정에서 투자한 총액은 주택 및 토지구입비와 건축비 등 모두 1억4천만원. 그러나 새로 건축한 집의 현재 시가는 10억원을 웃돌아 이씨가 이 집을 팔게 될 경우 앉아서 8억5천여만원의 투기수익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용마루 딱지를 일반인들이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 부동산업자들의 말이다. 공공사업계획을 미리 입수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권력층이 근처 토지나 주택을 싹슬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로공사 사장시절 중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이같은 투기수법을 이용,30억원의 이득을 본 J의원이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가족 친지 친구들의 명의를 동원하기 때문에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와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투기행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부동산업자들은 말한다.
당국은 딱지전매를 막기 위해 실거주자 이름으로만 건축허가를 내주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 역시 투기꾼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하고 있다. 건축허가는 실거주자 이름으로 받고 매매시점을 건축허가이후로 늦추는 수법으로 간단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단속인원이 부족해 건축이후 일일이 실거주자 확인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사전에 주택 자체를 매입하는 경우에는 단속근거도 없다는 것이 담당공무원의 지적이다.
일반인들은 집안에 다락 하나 만들기 힘든 그린벨트내에서 용도변경허가나 대규모 유원지 개발허가를 쉽게 받아내 재산가치를 높이는 일은 권력층만이 해낼 수 있는 투기형태이며 따라서 이득도 엄청나다. 이번 재산공개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K의원은 자신이 소유한 북한산유역 그린벨트 2만여평중 4천여평에 유원지 개발사업 허가를 받아내 올 연말부터 유원지를 본격 개발할 예정이었다. 유원지가 들어설 경우 K의원의 인근 그린벨트내 토지를 비롯해 부근 땅값이 폭등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유원지 예정 진입로 부근의 집을 끼고 있는 대지의 땅값은 현재 70만원 수준인데 유원지가 개발되면 적어도 3백만원대로 뛸 것이라는게 부동산업자들의 전망이다.
전원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서울과 가깝고 환경이 좋은 과천 구리 하남 등의 그린벨트지역이 이러한 투기의 집중적인 대상이되고 있다. 특히 서울 우면동 성촌마을이나 경기 하남시 감이동 「장군마을」 등 부유층,권력층이 모여사는 주택가는 인근 다른지역에 비해 땅값이 서너배에 이른다는 것이 부동산업자들의 말이다. 유력인사들이 모여사는 곳은 단속의 손길이 못미치는 안전한 무풍지대인 탓에 불법형질변경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구청 공원녹지과 직원은 『권력층이 관련된 시설물이나 토지의 형질변경은 단속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불법형질변경이나 딱지전매 등을 통한 그린벨트 투기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은 법·제도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운영상의 문제이고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어 뾰족한 대책마련이 불가능하다고 변경한다. 그러나 토지 전문가들은 공공사업 시행 등에 따른 많은 예외규정을 나열해놓은 현행 도시계획법으로는 그린벨트의 효율적 관리가 어려울뿐 아니라 각종 투기와 민원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립대 권원용교수는 『가령 「그린벨트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같은 것을 제정해 행정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토지매매와 보유에 대한 종합실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만 해도 그린벨트 투기는 상당히 억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준형기자>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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