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대사는 처절한 암흑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역동적인 역사를 펼쳐왔다. 외세와 쇄국이 맞부딪치면서 국력이 기울고 끝내 일제침략이라는 치욕을 겪어야 했으나 민족의 정기만은 꺾이지 않았다. 3·1운동으로 자주·독립의 의기를 고양하고 마침내 임시정부의 수립으로 민족의 저항과 독립운동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3·1정신과 임시정부는 나라의 법통을 지켰으며 국권회복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엄숙한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간직하며,아울러 더욱 빛나게 계승 발전시켜야할 사명을 깊이 깨닫고 있다.
오늘로 상해 임시정부수립 74주년을 맞는다. 마침 상해에 있는 임정청사가 퇴락의 위기를 벗어나 우리 손으로 말끔하게 복원되었음은 또다른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어찌 한가닥 감회로 끝날 일이겠는가. 그 자리엔 겨레의 분노와 자존의 의지가 서려있다. 거기에 순국열사들의 고난과 얼이 담겨져 있다. 그곳엔 김구선생과 이봉창·윤봉길의사의 숨결이 간직되어 있기도 하다. 비록 남의 나라 땅의 한구석이지만 민족의 살점이나 다름없는 귀중한 역사의 자산이다.
역사를 존중할줄 알아야 위대한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과거를 무시하고 홀대함은 자기 학대나 마찬가지다. 상해 임시정부가 없었다고 가정하면,일제침략에 의한 암흑기는 단순한 암흑기로 덮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역사인가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감격의 광복과 건국이후,우리는 「친일」을 똑바로 단죄하고 청산하지 못한 무거운 후회를 남겼다. 임정청사의 복원이 반분은 풀어주는 느낌을 안겨준다. 돌아보면 분단의 비극은 우리에게 새로운 고난을 강요했고,임정의 발원지는 죽의 장막이라는 먼 적지에 묻혀버린듯한 날들이 있었다. 자칫 소중한 민족사의 한부분이 잊혀지고 사라질뻔한 것이다.
이제 그 자리를 확실하게 되찾고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독립운동사의 유산이 늘어났음을 자부할만하다. 임시정부 청사만이 아닐 것이다. 옛 만주땅을 비롯한 드넓은 중국대륙 곳곳에 애국과 선열들의 자취와 숨결이 널려있을줄 안다. 또한 구 소련땅도 새로운 역사발굴의 대상지로 크게 떠오른다.
이 기회에 역사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그것은 정신의 지주이며 앞날의 지표임이 분명하다. 통일을 내다보는 안목에서,보훈의 뜻을 새기는 의미에서 임정청사의 복원은 깊은 감명을 남긴다. 역사를 사랑함은 국민의 긍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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